누가누가 홍어 잘 써나.. 흑산도서 첫 민간 자격증 시험
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흑산도 종합복지센터에서 ‘홍어 썰기 민간 자격증 시험’이 열렸다. 지난달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이 민간 자격증이 등록된 후 처음 치르는 시험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일부만 갖고 있는 홍어 써는 기술을 대중화해 해체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자격증 시험을 만들었다”고 했다. 홍어는 해체 과정이 복잡해 전문 음식점 주인들도 홍어 썰기는 전문가에게 맡겨왔는데, 해체 비용이 마리당 2만~3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날 자격증에 도전한 이는 14명. 자영업자, 수산업자, 퇴직 공무원, 취업 준비생 등 홍어 썰기 장인(匠人)을 꿈꾸는 20~60대 남녀였다. 이들 앞에는 길이 60㎝, 무게 6.2㎏짜리 홍어가 한 마리씩 놓였다. 이들은 제한 시간 120분 안에 기본 손질과 부위별로 알맞게 썰어내 포장하는 작업까지 마쳐야 했다.
이날 시험에 나온 홍어는 잡은 지 일주일쯤 된 것이다. 타지에선 한 달에서 반년 정도 숙성시킨 홍어를 즐겨 먹지만, 신안과 목포 등에선 갓 잡은 홍어를 선호한다. 응시자들은 홍어 꼬리를 자르고 찐득거리는 부위를 제거한 뒤 살점을 1㎝ 두께로 균일하게 썰어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담아냈다. 감독관의 평가 기준은 ‘시간 엄수’가 40점으로 가장 높았고, 썰어낸 모양과 청결도, 담음새가 각각 20점이었다. 최서진(66) 흑산홍어썰기학교 교장은 “홍어의 빛깔까지 고려해 보기 좋게 담아내는지 눈여겨봤다”고 했다.
홍어 썰기 자격증은 실력에 따라 초·중·고급과 장인 등 4단계로 나뉜다. 홍어 손질 시간을 단축해야 다음 단계 자격증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초급은 6.2㎏ 홍어 한 마리를 120분 안에 손질해야 하지만, 중급은 100분에 마쳐야 한다. 고급과 장인 단계에선 훨씬 큰 8.2㎏짜리를 각각 80분, 60분 안에 끝내야 한다. 6개월간 홍어 썰기 교육을 받고 이날 초급 단계에 도전한 14명은 전원 합격했다.
홍어 썰기를 전문으로 하는 이가 있다 보니 명절 성수기 때는 하루 최다 40마리를 손질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홍어 썰기로 한 해 6000만~7000만원 버는 이가 꽤 있다”고 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흑산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관련 교육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현재 홍어 썰기 자격증 시험은 흑산면 주민만 응시할 수 있는데, 앞으로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응시 기회를 줄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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