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라부아..프롤로 주교만 23년째 "그래도 아직 재밌는걸"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2021. 12. 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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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터줏대감 배우

[경향신문]

프롤로 주교를 연기하는 다니엘 라부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5일 폐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망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인물 ‘프롤로 주교’였다. 엄밀히 말하면 프롤로 주교를 연기한 배우 다니엘 라부아. 그는 이 뮤지컬의 산증인이다. 1998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23년간을 프롤로로 무대에 섰다. 올해 일흔둘.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을 때가 그의 나이 마흔아홉이었다. 늦깎이 무명배우의 성공담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뮤지컬 무대 ‘데뷔’ 당시 그는 이미 유럽과 캐나다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가수였다. 그의 대표곡 ‘Ils s’aiment’는 셀린 디옹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내한 공연에 참여한 그를 만났다. 지난해 공연 땐 코로나19 사태로 이 작품이 조기 폐막하면서 국내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안겼다.
1998년 초연 때 49세로 데뷔
성공한 가수의 뮤지컬 도전에
당시 수백명 팬들 따라다녀

- 팬데믹 와중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이 어떤가.

“동료들로부터 한국 관객들이 무척 열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난해는 조기 폐막하는 바람에 오래 있지 못해서 올해 기대가 컸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의 함성도 금지되고 열정을 표출할 통로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지만 한국 팬들의 애정과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 이 작품의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유일한 배우다.

“그 벅찬 감회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초연 당시엔 파리 전체가 <노트르담 드 파리> 열풍이었다. 아마 1년간 지속됐었던 것 같다. 매일 밤 공연이 끝나면 500명 넘는 팬들이 따라와서 도망다녀야 했다. 거리를 그냥 다니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내가 비틀스인가 싶었다(웃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점잖고 차분한 분위기다. 공연 자체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좋다.”

- 초연에 참여했을 때, 이미 성공한 가수이지 않았나.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25년간 많은 앨범을 내고 투어를 하면서 가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때 이 작품의 작사가이자 친구인 뤽 플라몽동이 제안해 왔다. 한 번도 뮤지컬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공연하게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23년간 이 무대에 서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다.”

처음엔 악역으로 표현했지만
점차 선악 양면적 면모 녹여내
“두번째 내한, 팬 환대에 기뻐
언젠간 한국어도 배우고 싶어”

- 23년간 당신이 연기한 프롤로는 어떻게 변해왔나.

“초창기에는 그를 악역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가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등장인물 중 그 누구보다도 입체적이고 많은 감정을 가진 캐릭터가 프롤로다. 약하면서 강하고, 선한 동시에 악하다. 무척 흥미롭지 않나. 그가 없으면 스토리가 전개되지 않는다. 콰지모도도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페뷔스와 에스메랄다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로 끝났을 수도 있다.”

- 이 때문인지 관객 입장에선 프롤로를 바라보는 감정이 혼란스럽다.

“정확하게 봤다. 내가 원했던 게 그거다. 연민하기도 하다가 미워지기도 하다가. 나는 관객들이 ‘내게도 프롤로 같은 모습이 없을까?’ ‘내가 저 사람을 미워해야 하나?’ ‘그가 악당일까?’라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

- 올해로 72세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성량을 고려하면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다행히 성대가 튼튼한 편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두 달 전부터 혹독하게 연습할 뿐, 다른 비결은 없다.”

- 가수, 배우, 또 작가로도 활동한다.

“원래부터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고, 즐겁기 때문에 계속하게 된다. 지금은 뮤지컬을 한 편 쓰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랭구아르 역을 맡고 있는 리샤르 샤레스트와 함께 준비 중인데, 제작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아마 직접 프로듀싱도 하게 될 것 같다(웃음).”

- 최근에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나.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투어로 갔던 이탈리아가 너무 좋았고, 동료 중 이탈리아 출신이 많다. 72세에 새 언어를 배울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노트르담 드 파리> 때문이다.”

- 한국어에도 관심이 생기나.

“이탈리아어는 쉽게 배울 수 있지만 한국어는 너무 달라서 당장은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은 ‘리스트’에 두긴 했다(웃음).”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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