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탕탕탕! 스트레스 풀면서 만드는 '나만의 작품'

한겨레 2021. 12. 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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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팅의 매력
요즘 트렌드 정점에 있는 '터프팅'
총으로 실을 쏘아 직물 짜는 기법
직조 강좌부터 기성제품까지 인기
터프팅은 여러 개가 모인 다발을 뜻하는 터프트(Tuft)에서 나온 단어로, 여러개의 실을 모은 다발을 천(배킹 클로스) 뒤쪽에 수놓는 직조 기법을 말한다. 사진은 더스트더스트의 터프팅 작품. 더스트더스트 제공

탕탕탕! 총을 쏘면서 러그를 만든다? 요즘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터프팅’(Tufting) 이야기다. 몇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터프팅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고, 현재는 전국 곳곳에 제법 많은 터프팅 스튜디오가 생겼다.

스트레스 해소하며 작품까지

터프팅은 여러개가 모인 다발을 뜻하는 터프트(Tuft)에서 나온 단어로, 여러개의 실을 모은 다발을 천(배킹 클로스) 뒤쪽에 수놓는 직조 기법을 말한다. 모양이나 소리가 총을 닮아 이름도 터프팅 건(Tufting Gun)인 도구를 이용해 실을 쏴서 천에 심는 것이다. 터프팅 건을 쏘면 앞면이 아니라 뒷면에 촘촘하게 실이 올라온다. 이런 방법으로 컵받침부터 거울, 방석과 쿠션 커버, 전등갓, 러그, 카펫까지 크고 작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터프팅은 결과물이 무척 아름답다는 점 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도안을 선택하거나 직접 구상해 스케치할 수 있다는 점, 취향에 맞는 색의 실을 고를 수 있다는 점,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까지 풀릴 수 있다는 점 등 여러가지 매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s터프팅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터프팅 아이템들. 룹앤컷 스튜디오 제공

약 서너시간이 소요되는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는 컵 받침이나 작은 거울 등을 만들 수 있고, 러그처럼 크기가 큰 아이템을 제작하려면 적어도 사흘 정도가 소요된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중급자용 터프팅 건은 무게가 3㎏에 달해서 초보자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터프팅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면 먼저 터프팅 건에 익숙해지는 과정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 후에는 선택한 도안이 그려진 배경 천을 따라 실을 쏜다. 도안대로 터프팅을 다 마치면 실의 높이를 고르게 하며 잔털을 자르는 정리 작업(카빙)을 하고, 실이 천에 고정되도록 본드나 라텍스를 바른 후 완전히 건조되기를 며칠 동안 기다린다. 마무리된 결과물을 다른 천에 덧대어 테두리에 테이핑을 하면 비로소 터프팅 작품이 완성된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룹앤컷’(Loop and Cut)은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터프팅 스튜디오다. 직조공방인 ‘스튜디오 엣코트(Atcoat)’와 협업해 터프팅 건을 사용한 핸드메이드 제작 클래스를 선보였고, 터프팅 외에도 위빙과 스피닝 등의 다양한 직조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다. 초급 외에 장기간 진행되는 중급 이상의 클래스도 수강할 수 있다. ‘어피스오브애플’(A Piece of Apple)은 키링, 티 코스터, 거울 등 작고 감각적인 터프팅 소품들을 선보이는 곳이다. 최근에 한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에서 펀치니들(Punch Needle) 클래스를 오픈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터프팅은 터프팅 건이 필요하고 실을 쏠 때 나는 소리가 꽤 크기 때문에 층간 소음이 걱정되는 장소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피스오브애플은 그 점을 고려해 터프팅과 비슷한 펀치니들로 집에서도 간편하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클래스를 선보인 것이다. 쉽게 설명해주는 온라인 동영상들을 하나씩 따라 하다 보면 초보자도 나만의 터프팅 소품을 만드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터프팅 기법으로 제작한 미끄럼틀 모양의 러그. 어피스오브애플 제공

기성제품도 다양하게 출시

클래스를 수강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키오스크키오스크, 얼띵 등의 여러 온라인 디자인 몰에서 어피스오브애플이 직접 제작한 터프팅 아이템을 구입할 수도 있다. 섬유공예를 전공한 대표가 운영하는 터프팅 스튜디오, ‘더스트더스트’(Dustdust) 역시 문래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다양한 클래스를 들을 수 있고, 홈페이지 온라인 숍을 통해 터프팅 소품들을 구입할 수도 있는 곳이다. 특히 더스트더스트는 매번 다른 디자인과 컬러로 제작하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터프팅 스튜디오마다 분위기와 취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기호에 맞는 스튜디오를 찾아 경험하거나 제작 소품을 사보는 것이 좋다.

달콤한 쿠키를 떠올리게 하는 피치 띵스의 작은 러그들. 피치 띵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터프팅 작업을 하고 있는 더스트더스트 노현주 대표. 더스트더스트 제공

에스엔에스나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의 터프팅 스튜디오와 아티스트의 작품을 참고하거나 직접 구매를 해볼 수도 있다. ‘피치 싱스’(Peach Things)는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터프팅 스튜디오다. 주로 인테리어 소품 위주인 터프팅의 영역에서 신발, 귀걸이, 브로치, 헤어핀 등 패션 아이템으로 확대한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미국 브랜드 ‘메이드바이에리카’(Madebyerica)의 대표 터프팅 아이템은 꽃 모양의 러그다. 다양한 색상의 꽃 러그와 컵받침, 가방 장식들을 보면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온라인 숍을 통해 주문할 수 있으며 플라워 러그의 경우에는 구매자가 원하는 색상으로 주문 제작할 수도 있다. 섬유공예가이자 터프팅 아티스트인 미국의 트리시 앤더슨(Trish Andersen)은 마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다양한 색을 섞어 터프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잉글랜드 북서부에 거주하는 터프팅 아티스트 앨리스 켈리(Alice Kelly)는 형광색 실로 포인트를 준 작품을 제작한다. 에스엔에스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터프팅 아티스트 세바스티안 소한(Sebastian Sochan)은 폴란드 태생으로 런던에서 거주하며 파스텔톤의 실들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터프팅 아이템을 만든다.

앞서 터프팅의 장점을 여럿 언급했지만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바로 작품의 뒷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선이 조금 비뚤어지거나 달라져도 앞에서 보면 눈에 띄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터프팅을 경험하는 사람이어도, 미술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어도 즐겁고 자신 있게, 몰입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터프팅이다. 포근한 털실로 만드는 만큼 추운 계절에 더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겨울, 보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나만의 터프팅 아이템 제작에 한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정윤주 |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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