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행 아니라고 믿기로"..친엄마는 입을 막았다

조재영 2021. 12. 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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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5월 일어난 청주 여중생 사망 사건.

두 소녀가 스스로 몸을 던질 때까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건, 의붓딸 아름이가 꿈을 착각한 거 같다고 경찰에서 진술을 번복한 게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아름이는 왜 진술을 바꿨을까요?

2천2백 쪽 수사기록의 곳곳에선, 열다섯 소녀의 버팀목이 됐어야 할 부모가, 성폭력을 저지르고 입막음까지 했던 친족 성범죄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가해자 의붓아빠는 두 소녀가 목숨을 끊은 뒤에야 구속됐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친구 미소가 성폭행 신고를 한 뒤 2월 말 아름이는 미소의 권유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의붓아빠가 자신도 성폭행했다"고 처음으로 외부에 털어놓았습니다.

의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아름이 친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아름이는 말을 바꿨습니다.

"성폭행이 아니라 꿈이었던 것 같다"고 한 겁니다.

친엄마의 휴대전화에선 공교롭게 같은 날 '전자발찌'와 '신상공개' 같은 성범죄자 처벌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고, 이 무렵 아름이는 손목이 찢어져 열 바늘 이상 꿰맸습니다.

자해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석민 법무사/피해자 측 법률지원] "그 과정은 피고인과 친모의 압박과 강요에 의한 진술(번복)인 것으로 저는 생각이 됩니다."

경찰 진술을 바꾸고 열흘 뒤에 다시 정신과를 찾아간 아름이.

"힘들게 지냈다"며 말문을 연 뒤, "모두 아니라고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체념한 듯 "더 말하지 않고 싶다. 그냥 아니라고 믿기로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 달 뒤 경찰은 아름이를 해바라기센터로 불렀습니다.

경찰과 전문가, 국선 변호사 앞에서 진술이 모두 녹화되는 상항.

아름이는 이번엔 다시 "아빠한테 성폭행을 한번 당했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보호자 자격으로 참석한 친엄마가 "성폭행을 당했냐"고 소리치며 말을 끊었고, 아름이는 "알겠어, 엄마"라고 말을 멈췄습니다.

친엄마는 "아름이가 기억도 잘 못하고 까먹는다. 남편을 200% 믿는다"고 우기면서 아름이를 데리고 나가버렸습니다.

해바라기센터 주차장에는 의붓아빠가 아내와 아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가해자이고, 다른 가족들은 입막음에 나서는, 친족성폭력의 전형적인 상황이 반복된 겁니다.

[김석민 법무사/피해자 측 법률지원] "피고인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친모가 강력하게 진술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로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의붓아빠 원 씨는 아름이에게 "미소를 만나서 사건 진행에 대해 물어보고, 대화를 녹음해 오라"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친딸이 친구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고 2주 뒤 원 씨가 구속까지 됐는데도, 친엄마는 지금도 남편이 무죄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름(가명) 친엄마] "10년 동안 살면서 아이한테나 저한테는 그렇게 나쁘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랑도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절대로 그런 일 없다고 해서 저는 그걸 믿었고…"

원 씨 측은 재판에서 "인터넷으로 음란물을 본 아름이가 꿈을 꿔 놓고, 성폭행당했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원 씨 변호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숨진 미소가 성관계 경험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기도 했습니다.

분노한 유족들은 "성폭행 피해와 전혀 상관없는 발언"이라고 격하게 항의했습니다.

[미소(가명) 아빠] "최소한 이 두 아이가 망자가 됐다고 해서, 그 아이의 인격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의붓아빠가 심리적으로 지배해 온 딸과 친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고도, 단 한 번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미소 엄마] "판사님이 끝까지 (무기징역) 그대로 선고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저희 억울한 미소하고 아름이의 한을 풀어줄 거 같고…"

원 씨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주 금요일 내려집니다.

[미소 엄마] "너의 억울함 풀어줄 때까지 엄마 끝까지 할 거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미소야… 보고 싶어…"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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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양홍석

조재영 기자 (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20830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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