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 폐지 결정..당국 압박에 결국 백기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12. 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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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디디추싱 홈페이지 캡쳐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지 5개월여만에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한 후 전방위적인 압박에 직면하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디디추싱은 대신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디디추싱은 3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린 성명에서 “즉시 뉴욕증시 상장 폐지 업무를 시작한다”며 “동시에 홍콩 상장 준비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또 별도로 낸 영문 성명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와 관련한 주주 총회를 열겠다”며 “(상장 폐지되는) 미국 주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증권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게 보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30일 뉴욕 증시 상장으로 44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조달하면서 2014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상장 이후 중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자금을 미국 증시에서 끌어모았다. 하지만 상장 직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당국의 조사에 직면해 주가가 폭락하고 중국 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도 퇴출되는 등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디디추싱의 시가총액은 뉴욕 증시 상장 당시 770억달러(약 90조8000억원)에서 현재 380억달러(44조8000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결국 중국 당국의 상장 폐지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디디추싱에 자진 상장 폐지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디디추싱의 상장 폐지 결정에 대해 “미국 상장에 반대하는 규제 당국의 반대에 굴복한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전례 없는 움직임은 민감한 데이터가 지정학적 라이벌에 유출될 가능성에 관한 중국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100만명 이상 회원을 가진 인터넷 기업이 해외 상장을 할 때는 반드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자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감한 데이터가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외 대신 홍콩이나 본토 증시 상장을 유도해 자국 기업들을 확실한 통제권 안에 두려는 의도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디디추싱이 향후 3개월 안에 이중 상장 형식으로 홍콩증시 상장을 마치고 내년 6월까지 뉴욕 증시 상장 폐지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디디추싱이 여전한 당국의 규제 리스크를 안고 있어 홍콩 증시 상장도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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