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MVP 박경수, 2022년 KT 주장 확정!..그가 전하는 '쿠에바스의 뜨거운 눈물'

강재훈 2021. 12. 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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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 창단 첫 우승의 주역인 박경수(좌)와 유한준 선수


프로야구 KT가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37)를 주장으로 앞세워 2022시즌을 준비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오늘(3일) 박경수 등과 KBS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박경수에게 "내년 주장을 맡아 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박경수도 흔쾌히 "알겠습니다!"라며 화답했다.

이로써 '최고령' 유한준(40)의 은퇴로 팀 내 맏형이 된 박경수는 이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장을 맡은 이후 4년 만에 다시 주장을 맡게 된 것이다.

■'구관이 명관' 다시 주장 완장 찬 박경수

유한준은 프로 18년 차로 올해 불혹의 나이다. 22살인 팀 후배 강백호가 태어난 이듬해인 2000년, 유한준이 프로 무대를 밟았다.

유한준은 이 감독 부임 첫 해인 2019년 주장을 맡았다. 유한준이 워낙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다. 이에 이 감독은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을 염두에 두고 꼭 맡아줬으면 좋겠다"며 설득했다.

유한준을 적극 도운 이가 바로 박경수다. 유한준보다 세 살이 적은 박경수의 도움 속에 유한준은 2020시즌까지 2년 연속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박경수는 "(유)한준이 형이 어린 선수들과 워낙 나이 차가 많이 나다 보니 힘들어 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 한준이 형에게 다가가고, 까불어 댔다. 둘이 장난을 주고 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후배들도 차츰 어려워하지 않고 어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시즌 주장을 맡은 박경수는 당장 올 시즌 주장 '황재균 잡기'에 나섰다. 이미 언론을 통해 "FA 황재균이 팀과 재계약하지 않으면 앞으로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사를 본 황재균이 "형, 나 진짜 안 볼거냐"라며 전화가 왔고, 박경수는 "진짜다. 빨리 사인해!"라고 엄포(?)를 놨다.

■'주연' 박경수-'연출' 박기혁 코치가 만든 시프트의 승리

박경수는 한국시리즈에서 연이은 호수비로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환상적인 수비는 박경수가 MVP가 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KT는 올 시즌 내내 수비 시프트로 인해 속앓이하는 일이 많았다.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 때는 이상하게 타구가 수비 시프트를 절묘하게 피해 나갔다"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시리즈 때는 공이 경수를 따라가더라고요. 박기혁 수비 코치가 결정적일 때 해주네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수비 시프트를 역으로 펼치기로 한 것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이 1대 1로 동점을 만든 5회초 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페르난데스가 때린 타구는 2루수 박경수가 정위치에서 2루 쪽으로 치우쳐 있던 덕분에 절묘하게 잡아냈고, 공을 1루에 뿌려 이닝을 마쳤다.

왼손 강타자인 페르난데스가 타구를 잡아당길 것을 의식해 1루 쪽으로 치우친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면 결코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더군다나 타구의 방향이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향하고 있었다. 1루 주자가 발 빠른 정수빈인 만큼 타구가 외야로 빠졌다면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박경수와 박기혁 수비코치는 덕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분 좋은 시리즈를 예감했다. 박경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지켜보니 김재환, 페르난데스 등 두산 거포들이 힘을 빼고 가볍게 맞추는 타법으로 나서는 느낌이 들었다. 박 코치님과 정규시즌 수비 위치와 오히려 반대로 서보기로 계획을 짰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골칫덩이'에서 '모범생'으로 변신한 쿠에바스

투수 쿠에바스는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부친상을 당했다. 아들을 보러 한국에 왔던 아버지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KT 선수단은 쿠에바스의 아픔을 함께했다. 수원 홈 경기 사흘 동안 선수단 전체가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구장 내 별도 분향소도 설치해 애도를 표했다.

몸과 마음이 엉망이 돼 돌아온 쿠에바스에게 동료들은 한국 문화라며 부조금을 모아 전달했다. 동료들의 진심을 받아든 쿠에바스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얼마 뒤 인천 원정 경기. 쿠에바스가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라커룸 밖에서 간단한 미팅을 제안했다. 쿠에바스는 "이제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다.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말해주기 바란다."며 동료애에 화답했다.

쿠에바스는 삼성과의 정규리그 1위 결정전,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혼신의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1차전 6회 박건우가 자신의 투구에 맞고 쓰러지자 홈 플레이트로 다가가 한참을 기다렸다. 박건우가 일어나자 환한 웃음과 포옹으로 미안함을 표시했다.

경기 중 감정 표현을 꺼리는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인 장면. 특히, 다혈질로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과거를 잊게 하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성숙해진 쿠에바스'는 마법 같은 KT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강재훈 기자 (ba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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