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보이콧에 낙농진흥회 이사회 또 불발.. 멀어지는 우윳값 잡기
정부 10여일 후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예정
낙농진흥회가 2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심의하고 규정 개정안 및 정관 개정을 논의하려 했으나 생산자 측 이사가 불참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됐다. 생산자 단체의 협상 거부로 대화 테이블조차 열리지 않으면서 우윳값 폭등의 원인으로 꼽혔던 원유가격 결정 방식을 개편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낙농업계 생산자 단체 측은 정부가 주도하는 원유 가격 결정 방식 개편안 등에 반발해 낙농진흥회 이사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측 반발로 불발한 것은 지난 8월 이후 두번째다. 정부는 10여일 후로 예정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4차 회의에서 생산자 단체와의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4차 회의는 3일 청와대에서 내정한 김종훈 신임 농식품부 차관이 주재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물가와 생산비만 고려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폐지하고, 가공용 우유의 가격을 낮추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제안한 상태다. 유업계에서는 현행 원유가격연동제가 낙농진흥회법 제9조 3항 ‘진흥회는 낙농가의 원유 생산비,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 등을 고려하여 원유 구입가격을 정하여야 한다’는 조항 중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 고려’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를 반영하면 기존 가격 결정 방식 대비 인상폭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법에서 보장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현행 제도에 대한 위법성 판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자 측의 대화 거부로 이사회가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전날 이사회를 대체해 열린 임원 간담회에서 “정부는 그동안 진흥회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생산자 측이 반대하는 내용은 논의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성을 오늘 명확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유업계 측 이사도 “생산자 7인, 수요자 4인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진 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정관을 개정해 의사결정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대표로 참석한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도 “생산자측이 두 차례 연속 이사회를 무산시켜 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부와 낙농업계에선 현재 15명인 낙농진흥회 이사진을 23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농진흥회장과 정부 1명, 학계 1명, 소비자단체 1명,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추천 4명, 한국낙농육우협회 추천 3명, 한국유가공협회 추천 4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에 정부 2명(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학계 2명, 소비자단체 2명,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 등 8명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중립적인 인사를 이사진에 추가해 일방적으로 회의가 파행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를 담은 안이다.
이에 대해 생산자 측은 “사단법인인 진흥회의 정관을 농식품부가 강제로 개정할 권한이 없다”며 “입법부인 국회의 지적에 따라 생산자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부안을 마련해 국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자 측이 계속 보이콧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흥회 정관 개정은 물론 원유가격 결정 방식 개선안을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낙농진흥회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고,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총회(이사장, 유업계 1명, 생산자단체 2명 등 4인)에서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낙농진흥회의 역할과 권리를 부여한 낙농진흥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낙농진흥법 개정에 대해 낙농가의 반발이 커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결정 방식 개편 방안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면서 “생산자 단체도 대화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기 보다는 대화장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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