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재혼男에 팔려간 9살 아프간 소녀, 2주 만에 구조됐다

CNN 보도로 국제적 공분 산 '파르와나' 사건
친부, 260만원 받고 55세 재혼남에 팔아
9세 소녀 2주만에 구조..모친·남매들과 안전가옥 거주
"공부해 의사 돼서 봉사하겠다" 포부 밝혀

매매혼 피해아동인 파르와나 말릭(9)의 모습. [출처=CNN 유튜브 캡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55살 남성의 재혼 대상으로 팔려간 아홉살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구조돼 집으로 돌아갔다. 팔려간 지 약 2주 만이다.

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현지 비영리단체 '너무 어린 결혼'(Too Young to Wed·TYTW)은 아프간 현지에서 소아 매매혼 피해아동인 파르와나 말릭을 아프간 도시 헤라트의 안전 가옥으로 이주시켰다. 이 단체는 생계난에 시달리던 소녀의 남매들과 모친까지 총 7명을 함께 구조했다. 파르와나의 가족은 그간 정착촌 천막에서 지내왔다.

CNN은 지난 10월 24일 파르와나가 55세 남성에게 팔려 가는 장면을 보도했다. 아프간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생계가 곤란해진 일부 가정에서 돈을 받는 대가로 딸을 매매혼 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였다.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1일(현지시간) 슈하다 호수 인근의 묘지에서 물을 팔기 위해 방문자들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파르와나의 부친이 딸을 팔고 50대 구매자로부터 받은 대가는 한국돈 약 260만원(20만 아프가니)이다. 파르와나의 가족이 받은 현금과 양, 토지 등을 가격으로 환산한 액수다. 영상을 통해 공개된 파르와나의 사연은 국제사회와 아프간 현지의 공분을 유발했다. 세간의 비판이 이어지자 50대 구매자는 파르와나가 정착촌의 본래 가족을 방문해도 된다고 허락한 뒤 자취를 감췄다.

안전가옥으로 구조된 파르와나는 “(팔려간 집에서) 이른 시간에 깨워 일을 시켰다”며 “이런 집에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팝콘 행상으로 나선 소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파르와나의 아버지는 안전가옥으로 이주하지 않고 정착촌에 남는다. 남은 빚을 갚기 위해서다. 딸을 판 돈으로 다른 빚은 갚았지만, 50대 구매자에게는 빚을 진 상태다.

아프간 경제는 탈레반 집권 후 국제 지원이 끊기면서 중앙은행 자금이 동결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TYTW는 드러난 현지 매매혼 피해아동은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제2의 파르와나를 구조하기 위한 후속 작전을 펼칠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