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보다 똑똑한 우리곁의 사이비.. '중고마켓'으로 접근, 신장 기증까지

박은주 에디터 2021. 12.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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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은 왜 강력한가" 궁금증을 풉니다
드라마 '지옥'의 이단연구자 김소장, 실제 모델인 '탁 소장님' 인터뷰 #에그스토리
1937년 3월, 일제 총독부는 살인교사, 부녀자 강간 등의 혐의로 백백교도 수십명을 잡아들입니다. 조선일보 등 당시 일간지는 그 때부터 ‘사이비 종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이단은 얼굴을 바꾸어 우리 곁을 맴돕니다. 영화 ‘지옥’은 아예 사이비, 이단이 한국을 지배하는 상황을 그립니다. 이단연구자와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드라마 '지옥'은 기성 교단이 '이단'이라 규정한 몇몇 신흥종교의 이미지를 차용해, 합쳤다. /넷플릭스

“소장님, 그 단체가 이단이라는 걸 이제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단에 빠졌던 신자의 고백을 듣는 순간, 탁지원 소장은 “아,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가 저분들에게 받은 사랑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탁 소장은 무언가로 맞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올해로 50년째 이단에 매달려온 ‘탁씨 부자’다. 탁명환(1937~1994) 현대종교 연구소(과거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은 사이비연구자이자 투쟁자로 살다 1994년 살해 당했다. 탁 소장은 세 아들을 두었는데 둘째 탁지원(53)씨가 연구소를 맡았고, 큰 아들은 신학과 교수, 막내는 성공회 신부로 이단 연구와 피해자구제 활동을 하고 있다.

-드라마 ‘지옥’ 보셨죠. 지옥의 2회였죠? 변호사 김현주가 한강 다리 아래 가건물을 찾아가는데, ‘미래종교’라는 간판이 나오더라구요. 사무실 분위기를 비추는데, 딱 탁명환 소장님이 떠오르더라구요.

“돌아가신 지 27년이나 되어 아버님을 기억하는 기자가 드문데, 반갑습니다.”

드라마 '지옥'에서 이단연구자였던 미래종교 김 소장(왼쪽)은 이단과 유착해 새진리회의 2대 교주가 되어 악행을 저지른다. /넷플릭스제공

-드라마에서 미래종교연구소 소장은 이단 연구를 하다 변절해 이단에 협력하고 심지어 ‘새진리회’ 2대 교주가 됩니다.

“드라마 재미를 위해 그런 거라 봤습니다. ‘언제 죽는다’ 이런 악마의 고지를 하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는 터무니없는, 영화적 설정이니까요. 앞서도 연상호 감독이 이단을 주제로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만든 적 있어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드라마에서는 경찰, 검찰에도 이단이 침투해있는데요. 실제 이단 집행부에 유력한 사람들이 있나요?

“이단의 집행부, 법무팀 등에는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 꽤 많습니다. 연예인, 지식인들도 있고요. 게다가 명문대 출신들은요, 내가 똑똑한 사람인데 내 믿음이 잘못될 리가 없다 하는 마음도 아주 강합니다.”

1994년 급작스런 죽음을 맞은 이단연구가 탁명환 현대종교 연구소장의 사진 앞에 그의 아들 탁지원 소장이 섰다. /박은주기자

“수능생은 100일전 공략...요즘은 초등생 집중 공략”

-시대별로 사이비 종교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습니까.

“60, 70년대에는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공동체를 만들고, 저임금을 주면서 이단을 꾸몄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노동착취인데, 그래도 그 시절 갈 곳, 먹을 것 줬다는 점이 좀 양해되는 부분이 있었죠. A단체는 3040 여성들, B단체는 20대 남성을 겨냥합니다. 연예인을 들러리 세우고, 명문대생이 앞에 섭니다. 초등생, 중고생에게는 C단체가 강력합니다. 댄스 동아리, 힙합 동아리, 축구 , 드럼 재미있는 동아리를 만듭니다. 드럼 함께 치면서 친분을 다진 후, 좋은 형이 이야기 잘해주는 곳이 있다, 성경공부 같이 하러가자, 이렇게 되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 그런 단체에 빠지게 되나요?

이단들은 ‘맞춤형’ 선교를 합니다. 오래 바라봅니다. 어머니를 일찍 사별하고 그리움이 큰 사람에게는 중년 여성을 투입합니다. 취업이 안된다, 군대 걱정이 있다, 여자친구가 없다 하는 것 지켜보며 간파합니다. 심지어 포교를 위해 신장을 떼어준 사람도 있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저버리겠습니까.”

-경제적인 이유도 요즘에는 꽤 많다고 하던데요.

“사이비와 다단계 사업은 구조가 똑같습니다. 돈이 궁한데 도와주니까 발을 들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 뜯기고, 더 뜯깁니다. 우리나라 3대 사이비 종교의 자산이 각 1조~3조원 정도입니다. 그게 어디서 왔을까요? 가장 많은 비중은 신도 헌금입니다.”

-돈 번다고 사이비 가입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단 조직에 2년 반 있다가 나와서 저희 잡지사 기자가 된 친구가 있습니다. 한달 월급이 30만 원, 삼각김밥 하나로 아침에 반, 저녁에 반 먹었답니다. 간부급도 100만~200만원 수준입니다. 돈을 번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포교할 때 돈을 많이 쓴다면서요.

“네, 포교 초기에는 스타벅스에서 제일 비싼 7000~8000원짜리 음료를 사줍니다. 그리고 MBTI, 애니어그램, 심리상담, 도형상담, 혹은 설문 조사한다고 전화번호를 얻고 연락을 하는 겁니다. 요즘 초등학교 앞에 가면 물건을 공짜로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지금 같은 시즌에는 누굴 공략합니까.

“요즘 가장 유혹 많이 받는 대상이 대입시험을 본 고3생일 겁니다. 수능 100일 전부터 접근하는데, 단축수업 끝나고 나올 때 수능 선물 준다며 전화번호를 받아갑니다. 노량진 공시생만 노리는 사이비, 대학로 연극인만 노리는 집단도 있습니다. 군대 역시 이단 전파에 굉장히 좋은 공간이 됩니다. 이제는 점점 연령대가 내려가 초등학생을 집중 공략합니다.”

-초등학생이라니요?

“기자님은 교회 언제 처음 가보셨어요?”

-초등학교 때요.

“바로 그런 이윱니다. 중고등 때가 아니라 초등 때 교회 처음 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종교적 첫 경험을 하는 층을 잡으려는 겁니다. 저항이 없으니까요. 그런 종교는 장애인, 노인을 피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니까요. 신자를 경제적, 육체적 등급으로 나누는 이단도 있습니다.”

-이단이 가져오는 피해는 구체적으로 뭔가요? 그 숫자는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인터넷 믿지 마라, 뉴스를 보지 말라, 오로지 교주의 말이 진리다. 이렇게 신도와 사회, 가족을 분리시킵니다. 사람을 온전히 이단 논리 속에 가두는 겁니다. 그렇게 시작이 되면 가출, 가정 파괴, 이혼,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집니다. 기독교 이단 피해자를 약 20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이단-사이비 규정은 8단계가 있어요”

-예전에는 이단이라는 말 대신 ‘사이비’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았나요?

“이단은 종교적인, 사이비는 사회적인 용어에 가깝죠. 기독교계에서는 이단-이단성-사이비-사이비성-이단옹호-경계-참여교류금지-예의 주시, 이렇게 8단계로 나눕니다. 장로교 감리교 등 8개 교단이 연합해서 정리를 했고, 이단 규정과 해제는 회의를 통해 합니다. 관련자를 출석시켜 반론기회도 줍니다.”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서 특정 종교 단체가 논란이 됐습니다.

“신도가 엄청 많이 줄었을 것 같죠? 예상보다 타격이 적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혈장 복역(수혈 봉사)’을 해서 여론을 무마시키고, ‘비대면’ 환경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여전한 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예상 밖입니다.

“얼굴이 맑으십니다” “도를 아세요” “영이 맑아보입니다” 이런 전도방식 보셨을 겁니다. 코로나 이후 그런 건 안합니다. 지금 그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고, ‘기독교 영화’ 이런 키워드로 검색할 것에 대비해 자기네 선전 영상을 뿌립니다. SNS,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겁니다. 최근에는요, 좋은 물건을 싸게 준다면서 당근 마켓으로 영업을 합니다. 진화되고 업그레이드됩니다.”

-기성 교회는 신도들이 제 발로 찾아오니까 나머지 사람들을 어떻게 ‘유혹’할까 생각이 없나봅니다.

“강의하러 나가면 제가 그럽니다. 시쳇말로 가짜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진짜인 우리가 가짜로 살아되겠나 합니다. 교주는 나쁘지만, 피해자인 신자들은 자기 세상을 꿈꾸면서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우리가 그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겠나 하는 겁니다. 100여 년 전 구한말에 콜레라 역병이 돌았을 때 선교사들은 민초의 아픔을 보듬었는데, 코로나 시대 교회는 무엇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코로나 이후 이단의 움직임을 어떻게 예측하세요?

“그들에게 ‘비대면 상황’은 행복하고 즐거운 기회입니다. 시간과 장소 가리지않고 누구에게라도 자신들 매력을 보여줄 기회라 보는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고 할까요. 디지털 기술 기반을 마련해 뒀어요.”

왜 이단연구자들이 이단만큼 지탄받는 경우가 있을까요? ‘기독교 이단’이 많은 건, 기독교 자체의 독선적인 태도 때문은 아닐까요? 소장님은 유혹에 넘어간 적이 정말 없나요? ‘이단’을 다룬 영화중 가장 잘만든 영화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다룬 ‘에그스토리’는 4일, 5일 각각 1편씩 추가될 예정입니다.
탁명환 소장은 1994년 2월18일 자택에 숨어있던 괴한에게 2분만에 살해당했다. 탁명환 소장 이야기는 '에그스토리' 3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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