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물리력 없어도 감금죄 성립될 수 있어"

박용필 기자 2021. 12.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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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물리적 강제력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감금이 이뤄졌다면 감금 혐의로 기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강제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의 감금 혐의를 불기소한 검찰의 처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불기소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9월 A씨는 만취 상태로 도로 옆에서 쭈그려 앉아있던 B씨를 부축해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차량이 1.1㎞를 달린 이후 정신을 차린 B씨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A씨는 B씨의 상체를 눌러 앉혔고 차량을 세운 뒤 B씨를 강제추행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B씨는 차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울면서 소리쳤고,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B씨의 귀가를 돕기 위해 동의 하에 차에 태웠고 그가 말해준 집 쪽으로 운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B씨 집의 반대 방향으로 운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차에 태울 때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아 감금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B씨는 행복추구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당했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만취한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한 행위를 두고서, 당사자 동의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취해 탑승 동의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 B씨가 A씨의 하차 시도를 제지한 점을 감안할 때 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감금의 수단에는 물리적 강제력뿐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 장해 등도 제한 없이 포함된다”면서 “(불기소 처분은)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며 잘못된 증거 판단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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