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전 역전승' 맨유, 랑닉 전술 색채 엿볼 수 있었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12.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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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유, 아스널전 랑닉표 4-2-2-2 가동
▲ 맨유, 시즌 평균 활동량 104.6km & 전력질주 133.3회
▲ 맨유, 아스널전 활동량 111.5km & 전력질주 162회
▲ 맨유, 태클 시도 32회 & 성공 18회(시즌 평균 시도 22.5회 & 성공 13.2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새로 임시 감독에 부임한 랄프 랑닉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랑닉 스타일의 왕성한 활동량과 전력질주를 바탕으로 압박과 속공 중심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3-2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 홈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14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3-2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맨유는 최근 PL 3경기 무승(1무 2패) 포함 8경기 1승 2무 5패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맨유는 독일 현대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랑닉이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분데스리가 대다수의 감독들과 단장들은 물론 PL만 국한지어서 보더라도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과 랄프 하젠휘틀 사우샘프턴 감독이 그의 직속 제자이고,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역시 랑닉의 전술적인 영향을 크게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워크퍼밋(취업비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그는 아스널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대신 최근 2경기(첼시전과 비야레알전) 임시 감독직을 수행했던 마이클 캐릭 수석코치가 아스널전도 지휘봉을 잡았다.

비록 랑닉은 없었으나 랑닉의 전술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경기였다. 먼저 맨유 포메이션은 랑닉이 선호하는 4-2-2-2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마커스 래쉬포드가 투톱으로 포진했고, 제이든 산초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프레드와 스콧 맥토미니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알렉스 텔레스와 디오구 달롯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해리 매과이어와 빅터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골문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선수들의 평균 위치를 보더라도 맨유가 4-2-2-2로 뛰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하단 평균 위치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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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겐프레싱(독일어로 Gegenpressing. 직역하면 역압박이라는 의미로 상대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시 곧바로 압박을 감행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지칭)'으로 대변하는 강한 압박과 속공도 두드러졌다. 이는 활동량과 전력질주 수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맨유의 아스널전 이전까지 경기당 평균 활동량은 104.63km였고, 전력질주는 133.3회였다. 캐릭 체제에서도 첼시전 활동량은 105.39km였고, 전력질주는 138회로 전임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때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비야레알과의 챔피언스 리그에선 97km로 100km를 채 넘기지 못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아스널전에서 맨유는 111.45km로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활동량을 자랑했다. 전력질주 횟수는 162회로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177회)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다만 리즈전 맨유의 활동량은 107.45km였다. 즉 이번 아스널전처럼 많이 뛰면서 빨리 뛴 경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맨유는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아스널의 실수를 대거 유발해냈다. 아스널이 소유권을 잃은 횟수는 13회로 맨유(5회)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였다. 태클 시도 횟수에선 맨유가 32대14로 아스널보다 2배 이상 많았고, 성공 횟수에선 18대10으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이는 맨유의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태클 시도 22.5회, 성공 13.2회)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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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점을 허용한 건 맨유였다. 맨유는 13분경,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데 헤아 골키퍼가 프레드에게 뒷발을 밟히면서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고, 이 과정에서 아스널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에밀 스미스 로우에게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맨유 선수들은 이른 실점에도 주눅들지 않고 한층 더 라인을 높게 가져가면서 강한 압박을 통해 아스널을 괴롭혔다. 특히 36분경에 수비수인 매과이어가 상대 수비 진영까지 올라와서 아스널 수비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엘 네니의 패스를 끊어내고선 래쉬포드와 패스를 주고 받다가 중거리 슈팅을 때린 게 가장 대표적인 전방 압박 수비 장면이었다.

결국 맨유가 전반 종료 1분여를 앞둔 시점에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번에도 공격에 가세한 매과이어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산초가 볼을 끌고 가다가 아스널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미야스 타케히로 다리 사이로 패스를 연결한 걸 프레드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내주었고, 이를 브루누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전반전은 1-1 동률을 이룬 채 마무리됐다.


맨유는 후반 초반 호날두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후반 2분경, 호날두가 접는 동작으로 아스널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를 제치고 슈팅을 가져간 게 애런 램스데일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후반 5분경 래쉬포드의 중거리 슈팅 역시 램스데일에게 저지됐다. 하지만 맨유는 곧바로 1분 뒤(후반 6분), 달롯의 전진 패스를 받은 래쉬포드가 드리블로 측면을 파고 들다가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호날두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전 3번의 슈팅 끝에 마침내 램스데일을 넘어선 맨유였다.

하지만 아스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아스널은 맨유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3분 뒤(후반 9분), 파티가 측면으로 길게 넘겨준 걸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틴 외데고르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다시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경기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실제 후반 10분경부터 25분경까지 양 팀 도합 슈팅이 1회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플레이를 전개하면서 1골 승부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후반 23분경,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 프레드가 산초의 횡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외데고르의 태클에 넘어지면서 비디오판독 결과 맨유의 페널티 킥이 선언됐다. 이를 호날두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맨유가 다시금 리드를 잡아나갔다(후반 25분).

다급해진 아스널은 실점을 허용하자마자 스미스 로우를 빼고 부카요 사카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간판 공격수 오바메양이 후반 30분경과 후반 32분경에 연달아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후반 34분경에 오바메양과 외데고를 빼고 알렉산드레 라카제트와 에디 은케티아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에 변화를 감행했다. 하지만 맨유가 마지막 10분 사이에 단단한 수비를 통해 아스널의 공격을 슈팅 1회로 제어하면서 3-2 승리를 지켜냈다.


맨유의 팀 전체적인 압박 강도와 속공 빈도가 이전보다 확실하게 올라간 모습이었다. 특히 프레드는 첫 실점 장면에선 데 헤아의 발 뒷꿈치를 밟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했으나 결과적으로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결승골이 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3-2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도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12.04km의 활동량을 자랑하며 랑닉 축구에 적합한 선수라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산초 역시 동점골 장면에서 기점이 되는 패스를 공급해주었고, 프레드가 페널티 킥을 얻어낼 때도 패스를 연결한 선수가 다름 아닌 산초였다. 게다가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25회의 전력질주를 기록하며 맨유 속공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렇듯 맨유는 아스널전 역전승을 통해 최근 부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랑닉 전술 색채를 일정 부분 보여주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랑닉 전술이 팀에 완벽하게 이식된다면 맨유는 이전보다 한층 더 일관성이 있는 경기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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