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선봉장이 돌린 총부리에 '치명상' 입은 이재명-윤석열

박성의 기자 2021. 12. 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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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조국 사태 사과'에 추미애 거세게 반발
尹, '이준석 보이콧' 후 당내 계파 갈등 양상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원팀'을 외쳤던 여야 선거대책위원회가 내홍에 휩싸였다. 선대위 선봉에 선 선대위원장들이 잇따라 대선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두고 이재명 대선 후보와 명예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사상 초유 '당대표 보이콧' 사태로 인해 선거 캠페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선대위 내홍이 계파 갈등으로 번질까 여야 모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조국의 강' 건너지 못한 이재명 선대위

민주당은 12월 이후 '이재명의 민주당'을 천명했다. 그간의 민주당과는 다른 조직, 문화, 태도를 선보이겠다는 게 이 후보의 포부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 변화다. 이 후보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안티 여론'이 민주당을 침몰시켰다고 해석하고 있다. 나아가 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장관을 감싸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당 수뇌부와 선을 그은 셈이다.

이 후보는 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또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 페이스북 캡쳐

이 후보의 사과 직후 당내 친문(親文) 의원들 사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포문을 연 건 명예선대위원장인 추 전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은 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국과 사과를 입에 올리는 것은 두 부류다. 한쪽은 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반개혁 세력의 위세에 눌려 겁을 먹는 쪽"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에 고개숙인 이 후보를 '반개혁 세력' 혹은 '겁쟁이'로 직격한 셈이다.

추 전 장관은 이 후보를 향해 "한 인간에 대해 함부로 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할 수 없다"면서 "한 인간에 대해 함부로 하는 것을 방치하면서 국민을 지키겠다고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통령 이재명'을 외쳤던 추 전 장관이 다시금 '이재명 저격수'로 돌변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추 전 장관의 반발을 재반박할 경우 당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 그렇다고 추 전 장관에게 다시 고개 숙이자니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 상황을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가 어디 혼자 사과한다고 될 일이냐"며 이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전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대표 보이콧'에 흔들리는 윤석열 선대위

국민의힘 선대위도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내홍 양상은 민주당보다 심각하다. 당대표가 대선 후보를 비판한 뒤 잠적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월30일 윤 후보와의 연락을 차단한 이후 전국을 돌고 있다. 현재 제주에 머물며 언론을 통해 연일 윤 후보의 선대위 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윤 후보의 '방패'를 자처하던 이 후보가 총부리를 윤 후보에게 돌린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축구로 치면 주전 공격수가 경기 중 필드를 벗어난 셈이다. 박빙의 경기에서 선수 한 명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 내홍은 계파 갈등 양상이 뚜렷하다. 선대위 인사권 등을 두고 윤 후보 측근들과 이 대표를 비롯한 비윤(非尹) 세력 간 알력다툼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 측은 철저한 후보 중심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를 '독선'과 '전횡'이라 판단한 뒤 윤 후보와의 만남조차 거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표가 선대위를 하차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제주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의제를 사전조율해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며 "굉장한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만남을 하려면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후보가 직접 나오지 못하고 핵심관계자의 검열을 받으면서까지 (윤 후보와)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제주를 떠나 울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만남 거부 이후 윤 후보 측도 불쾌감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표와 후보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만나면 해결이 돼야 하는데, 의결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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