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폭탄, 알뜰살뜰 모아 노후 준비한 죄?"..69세 미망인의 한탄

박상길 2021. 12. 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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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국가에 손 벌리지 않고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했던 제가 왜 투기꾼으로 몰려 징벌적 세금을 내야 합니까"

올해 급등한 종부세를 두고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종부세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6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간다는 69세 미망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매달 유족연금 50만원과 서울집 임대 월세 7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종부세 부담이 갑자기 높아지고 의료보험료도 폭등하면서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A씨는 세금 내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1년 동안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노후 챙기려고 젊었을 때 옷 하나 제대로 안 사입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안 먹으면서까지 정말 알뜰살뜰히 돈 모아 2001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했고 남편과 사별한 뒤 2015년 세종으로 이사가면서 서울 집은 월세 줬다"라며 "서울 집을 팔면 50만원의 유족연금만으로 생활해야 한다. 국가에 손 벌리지 않고 제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했던 제가 왜 투기꾼으로 몰려서 징벌적 세금까지 내야 합니까? 70살에 가깝고 직장경력도 없는 여자 노인을 누가 채용하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남편 명의의 거주주택 1채와 본인 명의의 오피스텔을 보유한 B씨는 작년보다 3배나 오른 종부세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 B씨는 "2014년 오피스텔 분양권 당첨 당시 잔금이 부족해 단기 임대사업자 등록 후 전세로 임대 개시해 종부세 합산배제도 강제말소 전인 2018년 한차례 뒤늦게 알고 한 번 받은 이후로는 제대로 혜택도 챙기지 못한 채 2020년 강제말소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의 200만원대 종부세도 충격이었는데, 1년 만에 3배 증액된 고지서를 받아보고 잠을 설치고 있다"라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성실히 모든 법을 준수하며 시세보다 싸게 임대도 놓았는데 등록할 때는 없던 강제말소로 2주택자가 돼 1년에 3배 이상의 종부세 증액청구를 받는 것은 지나친 법 적용 처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액되는 종부세 때문에 이혼하는 게 유일한 절세방법이라는 말까지 시중에 떠도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우니 부당한 세액징수는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며 같은 명목에 재산세로 이미 징수된 세금에 종부세까지 이중과세하는 것은 마땅히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젊어서 열심히 돈 모아 경기도에 집 두 채 마련한 게 죄냐며 종부세를 내기 위해 노부부가 이혼이라도 해야 하는 거냐는 청원 글이 올라와 관심이 쏠렸다. 본인을 60대 할머니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경기도에 공시지가 9억원도 안되는 집 두 채를 가지고 있는데, 국민의 2%에 해당 된다며 종부세를 110만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부세를 내기 위해) 남편과 집 한 채씩 나눠갖고 이혼해야 하나"라며 "국가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파탄을 야기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라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토지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7만9600명, 세액은 2조8892억원이다. 종합합산토지분과 별도합산토지분 중복 인원(4000명), 토지분과 주택분 중복 인원(2만5000명)을 제외한 수치다. 앞서 공개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7000명, 세액은 5조6789억원이었다. 토지분과 주택분을 합치면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102만6600명, 세액은 8조5681억원이다. 종부세 고지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5년 종부세가 도입된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74만4100명이었던 고지 인원은 1년 만에 38.0% 증가했다. 고지 세액도 역대 최대치로, 지난해 4조2687억원의 2배로 늘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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