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전드 선수→분란의 사령탑→사퇴까지, 파란만장했던 11일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영광의 영구결번 선수로 떠난 구단과 결국 영구결별하게 되었다. 지휘봉을 잡은 지 11일만이다.
지난 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를 치르기 전 IBK기업은행 김사니(40) 감독대행은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어 "코치로도 남지 않겠다" 는 말을 하며 구단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단 3경기만에 파란만장한 김 대행 체제가 막을 내렸다.
스스로의 행적을 가리켜 '업적' 이라는 자부심 가득한 말을 할 정도로 김 대행의 선수시절은 화려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세터로써의 눈부신 두각을 보였다. 지난 1999 세계 청소년배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대표팀을 3위로 이끈 주역이 되었다. 프로 데뷔 후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흥국생명을 거치고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에도 공을 세웠다. 이후 지난 2014년 IBK기업은행에 입단해 3년간 맹활약하며 팀의 컵대회 우승과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호랑이 감독' 으로 불리던 이정철 전 감독도 김사니만큼은 혼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선수였다.
이외 각종 V리그 세터 상, MVP를 휩쓸고 지난 2017년 은퇴 선언 뒤 등번호였던 9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며 구단에 큰 공을 세운 선수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갓 발 딛은 지도자 생활은 선수시절과는 달랐다. 앞서 지난 달 12일, 당시 팀 코치를 맡았던 김 대행은 무단이탈 물의를 일으킨 주전세터이자 전 주장인 조송화(28)와 함께 숙소를 두 차례 이탈했다.
이후 언론에는 "구단에 알리고 휴가를 갔다" 고 말했지만, 조완기 전 수석코치와의 불화로 인해 무단이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수석코치 역시도 당시 사퇴했다.
이후 서남원 전 감독과 단장이 '성적 부진' 을 이유로 경질되자, 구단의 설득으로 돌아온 김 대행은 '감독이 없다' 는 이유로 징계도 자숙도 없이 감독대행에 앉았다.
그리고 사령탑에 앉기 무섭게 서 전 감독과의 불화설을 거론하며 "(서 전 감독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저질렀다" 며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서 전 감독은 곧장 "내가 무슨 폭언을 했는지 알려달라" 고 반박했고, 김 대행은 이에 입을 닫아버렸다.
이후로도 "밖의 말은 듣지 말고 내가 진실이니 나를 믿고 따르라" 와, "새로운 감독이 와도 코치는 계속 하겠다" 등의 자충수를 두며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
잘못 꿴 첫 단추로 시작된 사령탑 자리가 편할 리 없었다. 연일 구단과 김 대행, 조송화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줄을 이었다. 곧이어 화가 난 여자부 6개 구단 감독들이 '악수 보이콧' 을 선언하며 갈등이 절정에 달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심지어 김 대행 배후에 '뒷배' 가 있을거라는 추측성 여론이 쏟아지고 연일 상처가 곪았다. 결국 지난 2일, 김 대행은 여론악화를 견디다 못해 사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도 김 대행은 "구단은 모르는 독단적 결정" 을 말했다.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 대처로 끝내 개운하지 못한 이별을 선사했다. 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상처만 떠안았다.
김 대행의 배구계 복귀는 사실상 너무 멀리 떠났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배구계에 큰 물의를 일으킨 김 대행을 지도자로 다시 영입하려는 구단이 나타날지부터 미지수다. 게다가 추락한 이미지로 인해 배구 중계 해설위원 자리조차 어렵게 됐다.
그가 선수시절 남긴 화려한 성적들을 보면 퇴장이 더욱 씁쓸하기 그지없다. 영구결번 레전드 선수로서, 그리고 여성 지도자로서의 김사니를 응원했던 팬들도 더는 그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김 대행에게 현재 가장 급한 다음 단계는 서 전 감독과의 진실공방을 공식적으로 깨끗이 정리하는 것, 그리고 구단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자숙하는 길 뿐이다. '제 2의 인생' 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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