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중국 주식] 中 정부 압박에 굴복한 디디추싱, 결국 뉴욕 상장 폐지

"NYSE 상장 폐지하고 홍콩 상장 준비"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디디글로벌)이 중국 정부 압박에 굴복해 결국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로 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6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강행했다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규제의 표적이 됐다. 중국 정부의 해외 상장 통제 방침에 따라, 중국 기업이 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디디추싱은 NYSE에서 즉시 상장 폐지하고 홍콩 상장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미 이사회가 해당 결정을 승인했으며, 적절한 시기에 주주 회의를 열어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6월 30일 44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조달하며 NYSE에 상장했다.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일(7월 1일) 하루 전 미국 증시에 데뷔했다. 디디추싱 IPO는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NYSE 상장(250억 달러 조달) 후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 중 최대 규모였다.

디디추싱 상장 이틀 후인 7월 2일, 중국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사이버 보안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7월 4일, 중국 내 모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디디추싱 앱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내려받을 수 없게 해, 신규 가입을 막은 것이다. 디디추싱은 데이터 보안 심사를 하는 동안 뉴욕 상장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당국의 말을 듣지 않고 상장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NYSE에서 디디추싱 주가는 0.13% 하락한 7.80 달러로 마감했다. 상장 후 공모가(14달러) 대비 44% 넘게 하락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을 본보기로 삼은 후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사실상 막는 규제를 새로 발표했다. 미국 상장으로 중국 관련 데이터가 미국 정부 기관에 넘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7월 6일 외국에서 상장한 중국 기업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7월 10일 100만 명 이상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는 해외 상장 절차를 진행하기 전 정부 보안 심사를 받도록 하는 새 정책을 내놨다. 정부 허락 없이 해외 상장을 못 하게 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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