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유아인 "내일 없이 과감했던 20대 시절 치기 생각나"[EN:인터뷰③]

이민지 2021. 12. 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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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유아인은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로 분했다. 고지와 시연으로 세상이 혼란해진 틈을 타 자신만의 정의를 설파하며 새진리회를 일으킨 인물이다. 유아인은 정진수의 강렬한 카리스마,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지옥' 초반부를 이끌었다.

- 연상호 감독은 '지옥'이 신념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각 신념이 무너지려는 위기 앞에서 신념을 택할까, 현실을 택할까 ▲ 신념이 믿음을 만들고 믿음이 신념을 만들어낸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내 안에 있는 두가지를 끝까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편이다. 내 내면 안에서 해결된 상태로 외부로 나올 때도 있고 그걸 바깥으로 표현하면서 내 신념과 믿음을 시험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계속 세공되어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완성됐다 생각하는게 아니라 계속 만들어나가야 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나름의 신념과 믿음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 던져보고 세상에 던져보면서 세상의 반응도 들어보면서 내 중심을 찾아가는 것 같다.

- 실제로 정진수처럼 '20년 뒤 죽는다'는 고지를 받으면 어떤 삶을 살 것 같나 ▲ 고지를 받진 않았지만 나는 20대를 좀 그렇게 산 것 같다. 상당히 느끼한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서 '나는 서른쯤에 죽을거야' 생각하고 20대를 살았다. 그런 분들이 많더라. (웃음) 그러면서 진수와는 좀 달랐지만 나를 좀 더 과감하게 던지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과감하게 실험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10년 뒤에 죽을거야'가 아니라 20대 때 태도 자체가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와 에너지로 살았다. 그 순간순간 발산되는 에너지와 힘이 뒤가 없는 것 같은 상태였다. 진수를 연기하면서 내 20대가 자꾸 상기됐다. 그 시절의 치기를 비웃어보기도 했다. 우리가 고지를 받지 않았다 뿐이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지 않나. 대부분의 시간은 그것이 없는 것처럼 살지만 죽음은 사실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내 30대에는 내 20대처럼은 아니더라도 정제된 모습으로 도전적인 인간, 성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그려보게 한다.

-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 한 소감은? '연니버스'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이지만 한 발은 현실 세계에 있다. 현실 세계와 본인이 창조한 세계를 끊임없이 조율하면서 독특하고 황당해도 공감할만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력이자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업하면서는 이 사람이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힘 세보이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해내는 사람이고 도와주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연약한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내가 힘이 센 사람이니까 옆에서 도우면서 다양한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

- 지금의 어떤 현실이 '지옥'과 가장 겹쳐보였나 ▲ 지금 당장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그런 것 같다. '지옥'이라는 작품이 세상에 소개되고 오픈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6부를 다 본 척 하고 악플 다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 현실? 그런 믿음과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공포가 있다(웃음)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면 그런 행위를 하는 걸까. 어떻게 우리는 한번 스쳐본 걸로 모든 것을 다 아는냥 쉽게 평가하는 걸까. 어디서 주워들은 한 줄의 정보, 유튜브에서 5분간 본 정보를 맹신하고 주변에 떠들고. 어떻게 그렇게 말을 옮길 수 있지? 어떻게 타인의 믿음을 강요하지? 스스로는 그걸 믿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한다.

- 정진수 의장의 그림이 마치 종교 홍보물이나 독재국가 선전물을 표현하는 방식처럼 그려졌는데 본 느낌은 어땠나 ▲ 너무 재밌었다. 선전화 같은 분위기의 미술 소품이었다. 동상도 있고. 내가 처음 해본 경험들이고 이런 독특한 인물과 캐릭터를 소화하며 느낀 새로운 재미었다.

- '지옥'의 정진수 의장 역할이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나 ▲ 사실 바라는 바가 없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도'나 '베테랑' 같은 선굵고 표현이 강렬한 인물을 맡으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나를 프레임에 가두는, 선입견을 만드는 작품들이기도 했다. 그 후에 다른 시도와 실험을 많이 하면서 내 가능성을 스스로 엿보는 시간도 가졌다. 또다른 정진수라는 아주 독특하고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레벨업 버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방법, 그것들을 적절하게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이 내 안에 어느 정도 체화돼 있을거고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실험적으로 던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차원에서 유아인이 저 표현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 코멘터리 영상에서 연상호 감독이 '저 눈빛 없는 무서운 눈'이라고 표현했는데 공허하면서도 텅비어버린 정진수의 눈빛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흰자와 검은자만 존재할 수 있도록, 조금의 빛도 눈동자가 반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눈 뜨임의 크기를 상당히 연구했다. 실제로(웃음) 뭔가 나른하고 굳이 힘주지 않고. 보통 사람을 설득하고 믿음을 강요하기 위해 강한 스피치를 하고 강렬하게 쳐다보고 강력한 에너지로 사람들을 이끄는데 진수는 굉장히 나지막하고 조용하고 쓸데없는 농담도 던지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 글로벌 시장이 이제 K콘텐츠의 목표처럼 올라왔다. 혹시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그럼에도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너무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던대로. 천만관객이 든 영화의 공식을 따라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창작자들이 만들고자 했던 작품의 핵심을 놓치지 말고 만들고자 하는 것들을 그대로 만들어낸다면 운이 좋다면 1등을 할 것이고 아니어도 많은 분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회자되는 작품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세계 무대를 향한 연기와 내수 시장을 향한 연기가 다르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런 구분을 두지 않고 핵심을 지키면서 가는 것이 지금 도래한, 아직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아닐까. 그래야 지금 반응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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