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수험생들 행정소송
[경향신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 여부를 가리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2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 소송인단’은 지난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생명과학Ⅱ 20번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과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고 3일 밝혔다. 소송에 참여하는 수험생은 92명이다.
소송인단을 대리하는 일원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는 “수시면접 기간 중이라 많은 수험생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도 하루 만에 92명이 모였다”며 “이후에도 문의가 쇄도했으나 사안이 급박한 관계로 빠른 소송을 위해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0일 예정된 평가원 정답 발표 전에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소송인단은 지난 1일에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분자-세포 생물학회, 한국유전학회, 대한의학유전학회 등 생명과학 관련 학회 12곳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20번 문항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요청한 바 있다. 아직 학회들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하지만 계산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보기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난 달 29일 수능 문제·정답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 이의가 제기된 76개 문제에 모두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다.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서는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김 변호사는 “평가원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비공개 학회의 자문을 받아서 결정했다”며 “평가원 발표는 문항이 오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완전하게 풀지 않고 출제 의도대로 대충 구하면 답은 구할 수 있으니 정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4학년도 수능에서도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당초 평가원은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해 1년 뒤 ‘등급결정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평가원은 해당 문항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고 성적을 재산정해 해당 학생들과 대학에 안내한 바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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