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밀실정치와 중계방송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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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 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에 대해 '멀쩡한 보수 1세대'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의 등장은 보수 정치권을 넘어 한국 정치의 충격이자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공격적 태도는 대선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 대표의 행태가 청년 정치의 실패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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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88만 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에 대해 ‘멀쩡한 보수 1세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능해 보이는 586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와 멀쩡한 보수 현상이 이준석 돌풍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의 등장은 보수 정치권을 넘어 한국 정치의 충격이자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준석 리스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공격적 태도는 대선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동안은 36세 젊은 당 대표의 독특한 정치 행태라고 이해하는 기류도 있었지만, 최근 ‘잠행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신(新)구태’로 규정된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후보나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든 말든, 정권교체를 이루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는 발상으로 비친다.
3김 시대에 정치권 취재는 무척 어려웠다. 물밑 흐름을 취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실세 정치인을 따라다녀야 했다. 공론의 장에서 결정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스와 소수 측근이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밀실·안방 정치 행태는 조금씩 개선됐지만, 이 대표 취임 이후에 정반대의 역효과가 나타났다. 이 대표가 매일 인터뷰를 통해 시시콜콜한 내부 얘기를 다 푼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SNS에 글을 올린다. 지난달 29일 초선 의원들과 과음을 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했다. ‘중계방송 식 정치’의 단면이다. 정작 동료 정치인들과는 소통하지 않고 방송과 SNS가 놀이터가 됐다.
이 대표는 ‘날 공격하면 두 배로 갚는다’를 실천하는 것 같다. 부산의 장제원 의원 지구당 사무실을 방문해 10분 정도 체류하면서 사무실 직원들과 얘기하고, 장 의원 사진을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신을 비판해오던 장 의원을 겨냥한 듯하다. 권성동 사무총장이, 자신이 없는 지구당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한 앙금으로 장 의원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고 공개했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러나 이 대표의 행태가 청년 정치의 실패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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