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시간표준의 중요성

2021. 12. 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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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됐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징후를 가장 먼저 보인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24시간 지구 전역을 돌며 우리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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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인해 침체됐던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징후를 가장 먼저 보인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연일 8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증시는 그칠 줄 모르는 반등세를 보였다. 국내 증권시장을 떠받치는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이 다량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증권시장과 같이 빠르게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과 신뢰다. 모두가 정보를 공정하게 취득하고 경쟁한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무너져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 2013년 6월 3일 미국 증권시장에서 이러한 일이 생겼다. 오전 10시 주식시장 개장 전 15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 일찍 미국의 제조업 관련정보가 공개되면서 280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부당 거래가 이뤄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데 350밀리초 정도 걸리기 때문에 15 밀리초는 눈 깜짝할 새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빠른 금융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시장에서 1 밀리초는 수백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곧 ‘시간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이제 시간과 땔 수 없는 사회가 됐다. 통신, 금융, 교통, 전력 등 국가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에 요구되는 시간의 정확도는 100만분의 1초에서 10억분의 1초까지 높아지고 있다. 시간의 역할은 정확한 시각정보 제공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정밀한 위치정보를 제공해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근간이 된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24시간 지구 전역을 돌며 우리에게 위치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교통이나 통신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무인 드론, 자율주행, 무인 배달 등 차세대 기술에 이러한 위치정보가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위성신호는 신호의 세기가 약하고 쉽게 교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타 국가의 시스템이기에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외부 침입에 강인하고 안정적인 시각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시설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도 독자적으로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정확한 시각정보가 필요하며 원자시계 제작기술, 기준시 생성 시스템 및 시각 비교기술이 기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표준시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코로나와 함께 그동안 시장질서를 이끌어왔던 글로벌 공급망 체인이 무너지고 패권경쟁이 심해지면서 한 국가의 산업에 중요한 각종 부품 및 재료들을 ‘시장논리’가 아닌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시간도 더는 타 국가의 시스템에 의존할 수 없다. 이제 국가가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는 ‘안보’의 영역이자, 전력이나 통신망처럼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의 ‘필수공공재’다. 국가측정표준기관에서 개발과 연구를 통해 안정적인 시각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국가에서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주요 산업에서의 시각 동기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역할을 할 때가 됐다.

허명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그룹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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