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빌린 4000만원, 이제야 갚습니다"

송승섭 입력 2021. 12. 3. 11:03 수정 2021. 12.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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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빌린 돈을 갚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김 씨는 어리둥절한 직원들에게 "20년 전에 빌린 4000만원을 늦게라도 갚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찾아왔다"면서 "너무 늦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법원의 민사사건까지 검색한 끝에 금융사 3곳에 돈을 갚으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돈을 갚지 않아 발생한 연체이자를 포함하면 총 채무는 무려 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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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복위에 빌린 돈 갚겠다는 중년 남성 찾아와
2000년 초 생계비로 수천만원 빌렸다 못 갚았다고
장기연체 이자로 1억까지 불어났지만 채무조정 돌입
신복위, 원금일부 탕감하고 장기간 나눠 갚도록 도와

"오래 전에 빌린 돈을 갚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얼마 전 호남지역 신용회복위원회 현장지점을 찾은 한 남성이 쭈뼛거리다 창구 직원에게 건넨 말이다. 철강회사 하청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는 김진천(62·가명)씨였다. 김 씨는 어리둥절한 직원들에게 "20년 전에 빌린 4000만원을 늦게라도 갚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찾아왔다"면서 "너무 늦어 죄송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김 씨가 처음 돈을 빌린 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작은 건설업체 사무직원으로 일하다 회사 부도로 실직하게 된 김 씨는 재취업을 위해 수없이 노력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배우자와 두 자녀의 생계비를 위해 카드론(카드 장기대출)과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높은 금리에 대출금은 무섭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빚을 내 다른 대출을 돌려막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당시 4000만원은 김씨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돈을 갚지 못해 결국 사회에서 밀려났다.

수십 년 후 김 씨는 미디어를 통해 신복위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지금도 저소득층이지만 본인이 빌렸던 돈을 제대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신복위를 방문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김 씨의 대출 내역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10년 이상의 장기연체자라 ‘누구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신복위는 자체 채권자 변동현황 조회 시스템을 이용해 장기채무내용을 찾아냈다. 법원의 민사사건까지 검색한 끝에 금융사 3곳에 돈을 갚으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있는 원금은 김 씨의 기억처럼 4000만원. 장기간 돈을 갚지 않아 발생한 연체이자를 포함하면 총 채무는 무려 1억원에 달했다. 신복위는 장기 연체채무가 있는 경우 원금감면이 되는 채무조정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 씨는 신복위 직원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오랜 기간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덜어줬다는 이유에서다.

신복위 관계자는 "심사역들이 채권과 소송내역도 찾아 드린다"며 "오래된 채무에 불안하거나 마음의 부담이 있다면 방문해 탕감과 채무조정을 적극 이용하시라"고 권고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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