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거꾸로 걸어둔 이유요?..불가능을 '가능'으로 뒤집는데 도움주죠"

이광형 총장의 '거꾸로 철학' 의미

이광형 총장에게는 2개의 별명이 있다. 김정주 넥슨 대표·김영달 아이디스대표 ·신승우 네오위즈 대표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대거 배출해 ‘벤처 창업대부’로 불린다. 또 자신의 컴퓨터를 해킹하라던가 엉뚱할수록 학점을 많이 받는 강의를 진행하는 등 독특한 수업방식으로 인해 ‘괴짜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제는 괴짜 교수가 아닌 괴짜 총장이라는 말이 딱 맞아 보인다. 이 총장의 집무실에는 학교 조직도와 달력이 거꾸로 걸려있다. 그는 퇴근 후 관사에서도 거꾸로 걸어놓은 TV를 본다고 한다. 이렇게 TV를 본게 15년이 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거꾸로 철학’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총장은 학교에서 누구를 섬겨야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조직도를 거꾸로 걸어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거꾸로 놓인 조직도 속에서 총장의 자리를 찾다보면 총장이 누구를 섬겨야하는지를 볼 수 있다”라며 “대학은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거꾸로 조직도를 볼 때마다 학교 구성원들을 섬기는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TV를 거꾸로 시청하는 이유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기 위한 시도다.

이 총장은 “뒤집어진 TV를 통해 세상을 거꾸로 보면 실제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면서 “불가능이라는 말도 가능으로 뒤집어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고 고정관념과 불가능을 없애고 나면 나 자신도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이 같은 거꾸로 철학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KAIST는 거꾸로 조직도를 보며 섬김의 리더십을 통해 상호 간 이해, 참여와 소통,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이 총장의 철학을 행정부문에 적용하기 위해 거꾸로행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장 젊은 세대가 위원장을 맡아 젊은 세대로부터 자연스러운 변화와 혁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행정과 직원사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창구로 만들겠다는 것. 특히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멘토링이 아니라 젊은 후배 직원이 처장·부장 등 선배 보직자들의 멘토가 되는 ‘거꾸로멘토링’도 시행한다. 이는 MZ세대의 문화와 가치관을 직급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총장은 “KAIST 구성원들이 MZ세대부터 기성세대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 같은 작은 변화의 물결이 KAIST를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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