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예쁜 꽃뱀, 숨겨진 독니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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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말벌 종류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보통 독사는 물자마자 송곳 같은 앞니로 독을 주입해 먹이를 제압하지만, 꽃뱀은 아주 위급할 때만 입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독니를 사용한다.
어찌 됐든 꽃처럼 화려하고 예쁜 꽃뱀이지만, 가볍게 보고 절대로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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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고 독니 눈에 안 띄지만 목구멍 깊숙이 자리 잡아, 두꺼비 독 빌리기도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자연에 기대어 생태적인 삶을 살아보려 했던 나에게 자연은 꽃 같은 세상만은 아니어서 비껴갈 수 없는 강도 높은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주변 조건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조심한다고 해도 숨어있는 위험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중에서도 말벌과 뱀은 정말 독한 놈들이라 제일 두렵다. 비록 벌에 쏘이고 뱀에 물려도 일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지만, 산속 생활 24년이 지난 지금도 말벌과 뱀은 단순한 걱정거리가 아니라 공포 그 자체다.
특히 말벌 종류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민감해져 1년에도 몇 차례씩 쏘여 바로 병원으로 간다. 손등에 쏘이면 퉁퉁 붓는 것으로 며칠 고생하면 그만이지만 얼굴 주위에 쏘이면 기도가 부어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는다. 원래 말벌 종류가 잡식성이라 도심 쪽에서도 사람을 귀찮게 하는 파리나 모기 그리고 농업 해충인 꽃매미나 외래해충 등 보이는 족족 다 잡아 먹어치우는 훌륭한 천적이며, 식물의 가루받이도 도와주는 굉장히 유용한 곤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벌 독을 몸으로 겪다 보니 그 공포가 몸에 와 닿는다.
독(毒)하면 역시 뱀! 살무사를 비롯한 거의 모든 뱀이 사는 연구소에서는 늘 목이 긴 장화를 신고 다닌다. 그러나 아직 뱀에게 심하게 물린 적도 없지만, 유행성출혈열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아들을 생각하며, 들쥐 잡아먹는 뱀들은 그래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물론 풀숲에서, 길을 가다 스르르 기어가는 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하지만.
자기 어미를 죽인다는 살모사 같은 포악한 이름이 아니라 녹색 바탕에 붉은색, 검은색 무늬가 섞인 알록달록한 색상이 꽃처럼 화려해 꽃뱀이라 불리는 화사(花蛇, 정식 명칭은 유혈목이)는 이름이 참 예쁘다. 독사의 특성인 삼각형의 머리 모양이 아닌 밋밋한 머리에, 사람 인기척만 나도 급하게 도망가는 꽃뱀을 보고 겁 많은 뱀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생각보다 위험한 맹독성 뱀이다.
눈에 띄지 않게 사라져 가는 뱀들이 점차 많아지지만, 꽃뱀은 그나마 들과 야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뱀으로 여러모로 특이한 종이다. 보통 독사는 물자마자 송곳 같은 앞니로 독을 주입해 먹이를 제압하지만, 꽃뱀은 아주 위급할 때만 입안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독니를 사용한다. 꽃뱀의 독이빨을 쉽게 관찰할 수 없고 그래서 흔히 독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목구멍 근처 안쪽 어금니에 숨겨놓은 짧은 독니도 특이하지만 적을 만나면 코브라처럼 몸통을 납작하게 만든 뒤 머리를 치켜들며 마치 코브라 같은 독특한 자세를 취한다. 꽃뱀을 잡아 머리를 쥐자 목덜미의 샘에서 하얀 분비물이 나온다. 문헌에서 밝혀졌던 꽃뱀의 목 뒤쪽 목덜미 샘의 독샘에서 흘러나온 독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독샘 안에 든 성분이 먹이인 두꺼비의 독이라는 점이다.
▶‘꽃뱀 절대로 만지면 안 됩니다!‘-홀로세 곤충방송국 힙(HIB)
독은 매우 효과적인 방어, 공격 물질이지만 체내에서 독을 합성하려면 복잡한 생화학적 경로를 거쳐야 하고, 이 화학반응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부담스럽다. 생존에 꼭 필요한 독을 직접 만드는 대신 외부에서 독을 흡수해 ‘재활용’ 또는 ‘재사용’하는 무임승차 방법은 자연 생태계에서는 흔한 생존 기술이다. 꽃뱀은 그런 기술을 터득했다. 또 다른 예로, 북미의 제왕나비 애벌레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카디악 글리코사이드가 든 박주가리만 먹는다. 다른 생물들이 먹지 못하는 독성물질을 먹고 그 독성을 몸에 쌓아 두어서 나비를 잡아먹는 새들이 잘못 먹으면 바로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든가 최소한 바로 토해 버리게 한다. 효과적인 진화 전략이 아닌가!
어찌 됐든 꽃처럼 화려하고 예쁜 꽃뱀이지만, 가볍게 보고 절대로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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