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세대 번아웃, '게으른 개인' 아닌 '잘못된 시스템' 탓"

오남석 기자 2021. 12.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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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6차 공모 도서 ‘요즘 애들’ 저자 앤 헬렌 피터슨

번아웃은 우리 시대의 상태

일시적 병증 치부해선 안돼

일 위주 돌아갔던 생활방식

이젠 삶 중심으로 전환돼야

상황 바꾸려면 행동 나서야

투표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

“번아웃(Burnout)은 일시적 병증이 아닌 우리 시대의 상태입니다. 이제 일(Work)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바꿀 수 있습니다.”

문화일보·예스24 공동기획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6차 서평 도서인 ‘요즘 애들’(원제 This generation)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사진)은 “번아웃이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를 뒤덮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자는 자신이 속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로 규정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주장을 더 들어봤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나 조부모도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세대를 보며 ‘내가 참고 해야 했던 일을 너희는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들이 왜 일에 대해 이 같은 태도를 갖게 됐는지 젊은 세대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일에 대해 그들과 똑같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과 삶의 통합에 대해 “번아웃으로 가는 직행 열차”라고 비판했다. 바람직한 일과 삶의 관계는 뭔가.

“간단하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삶이 일을 중심으로 돌았는데, 이제 일이 우리의 삶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필패하도록 설계된 전투’에 내몰려 망가지고 있다는 인식과 통한다. ‘게으른 개인’이 아닌 ‘잘못된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초기 자본주의는 공장 노동자의 육체적 탈진이나 사망을 유발했다. 후기 자본주의로 불리는 지금 달라진 점은 번아웃 상황이 사무직 화이트칼라 노동자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코스트코, 퀵트립, 트레이더조 등을 모범사례로 들어 “나쁜 일자리는 큰 이익을 내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례가 확산될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종종 기업들을 ‘좋은 일자리’로 이끄는 법적 규제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투표를 강조했다. 선거 때마다 청년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를 약속하는 후보를 뽑는 것과 그 약속이 법제화되는 것은 별개다. 그래서 변화는 어려운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고통은 지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려면 한 번의 선거가 아니라 두 번, 세 번의 선거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의 집값 급등은 ‘부동산 계급화’라는 말을 낳았다. 밀레니얼 세대도 처지가 천차만별인데, 이들이 뜻을 모을 수 있을까.

“‘부동산 계급화’라는 용어는 매우 유용하다. 사람들이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게 중요하다. 공감과 연대를 위한 유일한 길은 소득이나 직업 등에서 자신이 속한 동아리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즉 더 큰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행한 ‘집중 양육(Concerted cultivation)’을 번아웃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 혹은 내 자녀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모든 것을 다 배우라고 몰아붙여선 안 된다는 얘기다. 악순환을 끊을 방안을 물었다.

“부모는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길 원한다. 그 방법이 ‘집중 양육’으로 제시될 때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모로서 실패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내 자녀도 안전한 위치로 보낼까’ 하는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때론 사람들은 사회안전망이 게으름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탐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면 껍데기에 갇혀 30대나 40대까지 일만 하다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나는 누구지? 우리는 왜 이렇게 일하고 있지? 이게 누구에게 이득이 되지?’ 하고 자문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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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 6차 서평 공모 도서는 ‘요즘 애들’과 ‘인생의 맛 모모푸쿠’(푸른숲), ‘독서와 일본인’(마음산책),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2월 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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