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돌연변이' 달팽이가 일깨워준 다양성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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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분류하면서 하나의 분류 상자에 넣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만난다.
'왼손잡이 달팽이'도 그런 작품이다.
어느 가을, 할아버지 한 사람이 산책 중에 달팽이 제레미를 발견한다.
이 그림책에는 실존하는 달팽이 세 마리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책에서 잠시 연애 서사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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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달팽이 | 마리아 포포바 글, 핑주 그림, 김선영 옮김 | 라임
그림책을 분류하면서 하나의 분류 상자에 넣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만난다. 논픽션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정보를 연결하고 있어 픽션의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왼손잡이 달팽이’도 그런 작품이다. 이 책은 ‘돌연변이’라는 생물학 용어를 다룬 과학 그림책이다. 그러나 어느 대목은 연구자의 가설, 작가의 상상으로 채운 문학이며 읽고 나면 과학과 문학은 멀리 있지 않은 협력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가을, 할아버지 한 사람이 산책 중에 달팽이 제레미를 발견한다. 그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은퇴한 학자여서 이 달팽이가 지닌 껍데기 나선이 여느 달팽이와 반대 방향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는 달팽이 전문가인 유전학자 앵거스 데이비슨 교수에게 이 달팽이를 보낸다. 그리고 좌우 바뀜의 특성을 가진 달팽이 제레미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결국 제레미의 삶에 대한 연구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연구로 남았다.
이 그림책에는 실존하는 달팽이 세 마리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책에서 잠시 연애 서사의 주인공이 된다. 달팽이가 외부에 보여주는 사실을 뛰어넘는 지향성까지 유전학자가 알 수는 없다. 책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은 작가며 독자는 그 표현을 따라가다가 가설의 역할과 한계를 배우게 된다. 지루할 수도 있는 달팽이의 돌연변이 연구 과정을 흥미롭게 정리해낸 마리아 포포바는 ‘제레미의 삶’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야도 제공한다. 달팽이의 마음을 어디까지 상상해야 하는지 가늠하고 적절한 선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을 텐데 그 결정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면 “다양성은 세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답니다. 공동체를 더 강하게 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쉽게 하지요”라는 말의 여운이 제레미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마음에 남는다. 특히 ‘열성 유전자’라는, 종종 잘못 통용되고 있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큰 공헌이다. 44쪽, 1만38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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