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콩가루 야당, "지지율 내린다" 인디언 기우제까지

한기호 2021. 12. 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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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승리로 닥돌" 2주 만 "여기까지" 파행 논란
5년 전 지지층 떠나게 만든 옥새파동 연상케 해
"지지율 내리면 김종인에 엎드려" 예고 직후
尹 하락 직접 주도 모양새..인디언 기우제式
수습 시급할 尹, 책임정치 판단기준 삼아야
지난 11월29일 국민의힘 윤석열(가운데) 대선후보, 이준석(왼쪽), 김병준(오른쪽)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초유의 '대선 국면 당대표 파업' 촌극까지 일어나며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당 대선후보를 선출한 지 거의 한달째 파열음만 최고조에 이르렀다. 스스로 불 놓기 식 '2030 엑소더스(대탈출)설' '당 사무총장 교체'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달 15일 "승리를 향해 닥돌(닥치고 돌격)"하자던 이준석 당 대표는 불과 2주 뒤(29일) 술자리 도중 페이스북으로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기고 이튿날부터 잠행을 시작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와 선대위 전권(全權)을 넘겨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일정·인사 관련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까지 겹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경위를 떠나 전대미문의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일부터 부산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정치권 안팎에선 5년 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親박근혜)계 후보 5명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잠적했다가 부산 영도다리에서 출몰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옥새파동'이 떠오른다는 해석부터 나왔다. '봉숭아 학당'같던 지도부 전반 책임이 있지만, 과반 의석까지 자신했던 보수당이 지지층 이반으로 전국단위 선거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기폭제는 옥새파동이었다. 인터넷 여론도 그동안 윤 후보와 30대 청년 이 대표의 갈등을 '강자와 약자' '구세대와 신세대' 대결 식으로 해석하며 이 대표의 손을 드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번 일은 '쌍방 출혈'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의 독단과 측근 농단을 의심하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동시에, 대선 본막이 오른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다운 역할에서 역행하고 있단 실망감도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잡음은커녕 '케미'를 과시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송영길 대표의 관계와 야당 상황이 극명히 대조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은 윤 후보의 본선 경쟁력 하락 조짐으로 이어졌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설문을 마치고 2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지난달 29일~이달 1일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면접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차기 대선후보 가상 4자 대결에서 윤 후보는 지난주 대비 1%포인트 떨어진 34%, 이 후보는 1%포인트 오른 33%를 각각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격차가 3%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8명에게 설문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채널A 의뢰·지난달 27~29일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유선 17% 무선 83% 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내년 3월 9일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5.5%가 이 후보를 꼽으면서 윤 후보(34.6%)를 오차범위 내 앞지른 수치가 나왔다.

야당이 한층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이같은 상황을 '알고도' 초래한 듯한 정황이다. 이 대표는 당무 보이콧 사흘째인 2일 제주에서 "그렇다면 여기까지" "^_^p" 등 페이스북 글에 대해 "그게 우발적인 메시지라고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고 직접 밝혔다. 이 대표와 '김종인 전권론'에 입을 모아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윤 후보를 겨냥 "김병준(상임선대위원장) 얻으려고 김종인과 결별하는 이해 불가능한 정치를 하지 않나, 조만간 지지율도 역전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9일 이 대표는 선대위 회의 직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없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특히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영입 불발에 관해선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뭔가 찍어 먹어봐야 아는' 느낌"이라며 "김 전 위원장과 영역을 갖고 다투다가 나중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나타나면 엎드리는 모양새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오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진 전 교수는 시사저널TV 유튜브에 출연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이 후보의 상승세로) 골든크로스가 일어나면 그 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김 전 위원장은 항상 위기 상황 아래 등판해 왔기 때문"이라고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진 전 교수와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비슷한 시기 "김종인 상왕설을 퍼뜨린 세력이 결국 승리했다" "D-100, 윤석열 vs 이재명 지지도가 35% vs 35%로 나온 여론조사. 가장 현재의 판세와 부합하는 수치" "이 대표는 국힘 혁신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상징한다" 등 페이스북 메시지로 가세했다.

당초 김 전 위원장을 조기에 추대해 전권을 주지 않으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내릴 것이란 경고로 읽혔으나, 현재는 그처럼 '예상'한 인물들이 지지율 하락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절반 가까운 정권교체 지지층은 속을 태우는데 이들은 '게임'하듯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선거에 있어 무한한 권한과 책임은 후보 몫"이란 발언을 반복, 일종의 포석을 깔아두기도 했다. 이후 상황을 보면 사실상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 100% 적중한다는 속설의 '인디언 기우제'를 닮았다. 공교롭게도 당 운영 책임과 거리를 두거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름 없이 언론에 험담을 거듭해온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 역시 사태를 키운 책임이 만만치 않다. 시간을 끌수록 내상이 커지는 윤 후보는 3일 이 대표를 만나러 직접 제주도로 간다고 한다. 어떤 방향이든 신속히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겠지만, 기준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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