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 파행' 메이저리그, CBA 협상 주요 대립 쟁점은?[슬로우볼]

안형준 2021. 12. 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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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최종 협상은 단 7분만에 끝났고 결국 메이저리그는 멈췄다.

메이저리그는 12월 2일(한국시간) 구단주들이 만장일치로 직장폐쇄를 결정하며 완전히 멈춰섰다. 올겨울부터 시행해야 하는 새 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온 협상이 결국 결렬됐고 구단이 먼저 움직였다. 직장폐쇄(Lockout)는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사용자가 노무의 수령을 거부하는 것. 근로자의 파업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허용되는 사용자의 권리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던 1994-1995시즌 이후 26년만에 멈춰섰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기자회견을 통해 "1994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CBA는 리그 운영의 기본이 되는 많은 규정들의 노사 합의다. 이번 CBA 협상에서도 많은 부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 최저연봉 상승, 드래프트 제도 수정 등 여러 부문에서는 노사 양측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크게 대립하고 있는 부문은 FA와 연봉조정신청 자격 연한 문제, 사치세와 수익공유 문제다.

▲FA 및 연봉조정신청 자격 취득 연한

선수노조 측은 현행 6년인 FA 자격 취득 연한을 5년으로 줄이고 싶어한다. '서비스 타임'으로 불리는 이 기간은 선수의 '의무 복무 기간'과 같다. 서비스 타임이 끝나기 전에 방출돼 FA 신분이 되면 자유롭게 FA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풀타임 6시즌이 지나야 FA 자격을 얻는다. 서비스 타임은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기간이 172일이 되면 1년이 추가된다. 많은 구단들이 특급 유망주들을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고 4월 말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 시키는 것은 데뷔시즌 서비스 타임 1년(등록일수 172일)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는 '꼼수'다. 데뷔시즌 서비스 타임 1년을 채우지 못하면 FA 취득이 1년 늦어지기 때문이다.

서비스 타임 동안에는 소속팀과 연봉 협상만을 벌일 수 있지만 FA가 되면 선수는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벌이며 큰 돈을 만질 수 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능력. 한 살이라도 몸이 젊을 때 FA가 되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선수들이 FA 자격 취득 연한을 줄이고 싶어하는 이유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이 가치가 높을 때 FA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반면 구단은 능력있는 선수들을 '꼼수'를 사용해서라도 1년이라도 더 보유하고 싶어한다.

선수노조 측은 5년의 CBA 유효기간을 세 구간으로 나눠 점진적인 취득 연한 감소를 요구했다. CBA 1년차인 2022시즌에는 현행 서비스타임 6년을 유지하고 2-3년차에는 서비스타임 6년 또는 서비스타임 5년을 달성한 나이 30세 6개월 이상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고 4-5년차에는 서비스타임 6년 또는 서비스타임 5년을 달성한 29세 6개월 이상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자는 것이 노조 측의 제안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구단에서 '서비스 타임' 선수들은 선수단의 다수를 차지한다. FA 계약으로 입단한 스타플레이어들보다 서비스 타임을 보내는 선수들이 더 많다. 올시즌 우승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월드시리즈 로스터도 절반 이상인 15명이 서비스 타임을 다 마치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서비스 타임이 5년으로 줄어드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는 변화다. 구단 측은 당초 29세 6개월이 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연봉조정신청 자격 문제도 비슷하다. 현행은 6년의 서비스 타임 중 3년을 채운 선수에게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부여한다. 2년차까지 서비스 타임을 많이 채운 상위 22%에게 3년차부터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슈퍼 2'라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약 80%의 선수들은 서비스 타임 3년을 보내야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는다.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어야 구단과 '연봉 협상'이 가능하고 취득 전까지는 구단이 주는대로 연봉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연봉조정신청 자격 획득 전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최저연봉(현행 약 53만5000 달러)과 큰 차이가 없는 돈을 받는다. 대신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을 경우 적게는 백만 달러, 크게는 수백만 달러의 연봉 상승을 이룰 수 있다. 지난 겨울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은 최지만(TB)은 약 180만 달러의 연봉 상승을 이뤘다.

선수노조 측은 서비스 타임의 축소와 연동해 연봉조정신청 자격 취득 조건도 3년이 아닌 2년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봉조정신청 자격 취득이 빨라지면 구단 입장에서는 그만큼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매년 최소 상당한 추가 지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사치세와 수익 공유

사치세와 수익공유 문제는 이른바 '탱킹(성적을 포기하고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얻어 미래 전력에 투자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지만 실제로 한 시즌 내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팀은 많아야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력이 약한 팀은 '리빌딩'을 내세워 시즌 내내 팀 성적보다는 선수 육성에 주력하기도 하고 여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팀들이 주축 선수들을 우승을 노리는 팀들로 트레이드하는 일이 줄을 잇는다.

선수노조 측은 구단들의 '탱킹'에 불만이 많았다. 우승 경쟁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 성적을 포기하고 '탱킹'을 하는 팀은 선수들에게 큰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구단이 지갑을 열고 선수들에게 달려들어야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선수들 입장에서 '탱킹'을 하는 구단이 많아지는 것은 싫을 수 밖에 없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툭하면 '탱킹'과 관련해 구단들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구단이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들이 더 많은 돈을 받기 쉬워지고 그래야 자신도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치세는 샐러리캡이 없는 메이저리그에서 샐러리캡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구단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 이상이 되면 사치세를 부과하고 사치세를 내는 팀은 사치세 지출 뿐 아니라 퀄리파잉오퍼 거절 FA 영입 등에서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 누진세인 사치세 금액 자체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구단들은 사치세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한다. 기존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사치세 한도에 가까워진 구단들은 대형 FA 계약을 꺼리고 대형 FA를 영입한 구단은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 기존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기도 한다. 사치세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스몰마켓 구단들과는 별로 인연이 없지만 대형 FA 선수들을 마음껏 영입할 수 있는 '부자 구단'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된다.

선수노조 측은 사치세 한도를 현행 2억1,000만 달러에서 2억4,500만 달러로 크게 올리고 수익공유 규모를 크게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승률이 높거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에 더 많은 수익을 공유해 성적을 내는 팀에게 더 혜택을 주자고 주장했다. 사치세 한도를 올려 선수들에게 천문학적 돈을 쓸 능력이 있는 구단들이 지갑을 닫지 않도록 하고 수익공유 구조를 바꿔 지갑이 얇은 구단들도 무조건 당장의 성적을 추구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자는 것이다.

구단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구단들은 당초 사치세 한도를 오히려 낮추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180M 수준) 한 걸음 물러서 2억2,000만 달러로 사치세 한도를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수노조가 거절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수익공유 제도를 수정하고 FA 취득 연한까지 조정한다면 서비스 타임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는 스몰마켓 구단들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적인 것은 너', 양보없는 극한 대립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팬들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선수노조는 지난 5월 최초 제안에서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프로스포츠 중 선수의 연봉 상한도 계약기간 제한도 없는 것은 오직 야구 뿐이다.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고 총액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은 야구 밖에 없다. 선수들은 구단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올해 11월에만 이미 구단들은 선수들과 계약에 17억 달러를 썼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이기심이 극한에 달했다는 것이다. 반면 선수노조 측은 성명을 통해 "구단주들은 선수들이 권리를 포기하도록 겁박하고 있다. 구단주들이 독단적으로 야구를 멈추게 했다"고 주장했다. 파행의 책임이 전적으로 구단 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2일 종전 CBA 만료를 앞두고 가진 최종 협상은 단 7분만에 서로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26년만에 멈춰선 메이저리그가 언제 다시 움직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왼쪽부터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토니 클락 선수노조 위원장)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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