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 속 만난 미·러 외교 "조만간 바이든-푸틴 직접 대화"
러시아가 9만여 명의 대군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해 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일(현지 시각) 30분 가량 회담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계기로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러 외교회담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모든 이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미국은 우리 양국이 유럽-대서양 지역을 포함한 세계의 안정과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명심하며 책임감 있는 접근법을 고수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우리가 관심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충돌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나토의 확대는 명백히 우리 안보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원하고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문제란 뜻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분명히 밝힌 것처럼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재차 침공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깊이 우려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완정에 대해 강하고 철통 같은 결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충돌로 이끌고 가기로 결정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OSCE 회의에 대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려는 러시아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에 위협이 되거나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할 만한 대립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확언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만이 유일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미·러 양국은 소통 채널을 열어놓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나는 우리의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우리는 각자의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고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직접 말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나 화상회의 등으로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제는 러시아가 최근 집결시킨 병력을 되돌려 평시의 평화적 위치로 보내고 우크라이나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위협 시도를 자제하면서 현재의 긴장을 해소하려고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는 이날 중동 난민을 폴란드 국경 부근으로 보내 나토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벨라루스의 친러 정권을 제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 재무부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아들을 포함한 정부 관료 등 20명과 기업·단체 12개를 제재했고, 유럽연합도 벨라루스 고위 관리와 군 당국자 등 17명을 제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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