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조국 사태' 사과가 '김 빠진 사이다' 같은 이유

최경민 기자 입력 2021. 12. 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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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읽어주는 기자]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7월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7.15/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날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조국 사태'가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선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진정성'에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선거철 '표 확보'를 위해 말뿐인 사과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후보 본인부터 '조국 수호'에 힘을 보탠 전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주요 인사들, 김어준씨를 비롯한 주요 스피커들, 지지자들 대부분이 "조국은 죄가 없다"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
"조국은 선택적 정의에 당했다. 마녀사냥"이라던 이재명의 사과
'조국 사태' 이후 2년이 넘도록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해왔던 이재명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과'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대선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사과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19년 8월 조국 전 장관을 향해 입시비리,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쏟아지던 상황을 두고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라는 말 역시 인용했다. 같은 해 10월 경기도지사로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는 관련 발언에 대해 "저나 제 가족이 당해서 동병상련으로 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2020년 3월에는 조 전 장관에 대해 "그분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당하지 않아도 될 잔인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나와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지금 소송하고 그러는데 잘하는 것 같다. 박수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도 '박시영TV'에 출연한 이 후보는 "조 전 장관은 선택적 정의에 당한 것"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선택적 정의를 행사했고 (조 전 장관을) 골라서 막 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이 언론 플레이를 해서 조 전 장관을 마녀사냥 했다"며 "조 전 장관과는 자주 연락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2.2/뉴스1
불과 나흘 전 선대위는 "조국의 강 건넜다. 건널 강이 없다"
민주당 및 여권의 '조국 수호' 기조도 전혀 변한 게 없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 최지은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계속 조국 전 장관을 다시 들추는 것은 반문 아니면 야당의 갈라치기"라며 "이미 강을 건넜다. 건널 강이 없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의 지난 6월 사과 외에 더 할 게 없다고 선대위의 대변인이 이미 공언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송 대표의 사과에도 '조국 수호'에 당 차원으로 팔을 걷고 나섰던 점, 진영 논리에 빠져 국론을 분열시킨 점 등에 대한 사과는 빠졌었다. '조국 수호'에 나섰던 인물들의 2선 후퇴 등 인적쇄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송 대표의 사과는 민주당 내의 반발에 직면했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이나 정치적 야욕을 위해서 상급자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검찰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정치검찰로 각인된 사건"이라며 송 대표의 사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송영길은 사퇴하라"는 글이 쏟아졌었다. 내부에서 조차 공인받지 못한 '송영길 사과'로 '이재명 선대위'가 '조국 사태'를 퉁치려고 한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여권의 입장을 가장 잘 보여줘온 것은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메시지다. 여권의 '빅 스피커'인 김씨의 말은 여권 주류 인사들 및 지지층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가이드라인'에 가깝다. 김어준씨는 '조국 사태'는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대패했던 지난 보궐선거의 경우 "조국의 '조'자도 안 나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향해 "사법이 법복을 입고 판결로 정치를 했다"며 "고등학교 체험학습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나"고 비난했다.
"더 구체적 사과와 무너져내린 시스템 복원 행동을"
결국 민주당 주류의 '조국 사태'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전혀 감지된 게 없는 상황이다. 실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후보의 사과 이후 페이스북에 "조국에 대한 사과는 인간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며 "조국과 사과를 입에 올리는 것은 두 부류다. 한 쪽은 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세력이고 다른 한 쪽은 반개혁세력의 위세에 눌려 겁을 먹는 쪽"이라고 밝혔다.

'조국 수호'로 국회의원이 된 김남국 의원은 여전히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약하고 있다. '조국 수호'에 발벗고 나섰던 박주민·김용민 의원 등도 여전히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대선만 승리하면 조 전 장관의 억울함을 풀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읽힌다. 이 후보의 사과가 더욱 뜬금없어 보이는 이유다.

(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21.9.26/뉴스1

정경심 교수가 유죄를 받은 입시비리 혐의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단국대 의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등재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 인턴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동양대 봉사활동 표창장 △동양대 영어영재센터 보조연구원 등에 달하고 사모펀드 관련 혐의 일부도 '유죄'였지만, 여전히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지지층은 "그깟 표창장 하나 때문"이라는 김어준씨의 메시지를 반복해 말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보다 구체적이면서 행동이 동반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쓴소리를 하다가 결국 탈당까지 하게 된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무너져내린 시스템과 관행을 복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면 진심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금 전 의원은 "실세 법무부 장관의 비리 의혹을 추적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레기' 소리를 들은 언론인들과 정당한 수사 이후에 좌천되거나 이례적인 감찰을 당한 검사들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며 "김남국, 김용민 의원의 견해를 듣고 싶다. 그분들도 반성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그분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허위와 공작으로 사실을 호도하려 했다"며 "범죄를 옹호한 것도 문제지만, 그 짓을 하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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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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