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게 일해야 세상이 바뀐다

최원형 2021. 12. 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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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근무' 등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정책 분야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지불노동과 부불노동(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 주로 여성화된 가정 내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사안이며,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임금노동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가사노동을 더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일자리 분배를 좀 더 평등하게 이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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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타임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시대, 더 적게 일하는 것이 바꿀 미래
윌 스트런지·카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l 시프 l 1만4000원

‘주 4일 근무’ 등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정책 분야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뉴욕주 의원,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등 각국 정치인들이 해당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전세계적인 관심 사안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속에 일부 기업들까지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나서고 있다. “주 120시간 일하자”는 후보도 있긴 하지만, 대선을 앞둔 국내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점차 불붙는 모양새다.

영국 학자 2명이 함께 쓴 <오버타임>은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와 의미, 현재 시점에서의 필요성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오늘날 자연스럽게 여기는 주 5일 노동은 19~20세기 자본에 대한 ‘조직된’ 노동의 투쟁으로부터 나온, 사회적·역사적 산물일 뿐이다. “인간을 노동에 밀어넣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와 일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고자 하는 노동자의 요구는 언제든 갈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지금의 주당 노동시간 단축 캠페인은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국민소득 가운데 자본에 견준 임금의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불평등도 확대일로다. 정해진 최소 노동시간도 없는 ‘제로노동시간 계약’ 등 불안정한 일자리와 노동빈곤의 확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 아마존과 같은 ‘신경제’ 기업에서 더 높아져가는 작업장 내 압력과 감시 등 현재 노동시장의 질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의미 있는 수준의 집단적 조직력과 정치적 규제가 없다면, 노동시장은 모두에게 경제적 안정과 자유를 보장하는 튼실한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주 4일제’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노동시간 단축은 국내에서도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OECD 주요 국가 평균 노동시간 등을 정리한 표와 심 후보의 ‘주 4일제 도입 로드맵’을 정리한 표. <한겨레> 자료 이미지

주당 노동시간 단축은 이렇게 엉망이 된 노동시장을 변화시킬 핵심 수단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것은 “지불노동과 부불노동(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 주로 여성화된 가정 내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사안이며,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임금노동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가사노동을 더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일자리 분배를 좀 더 평등하게 이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조직화된’ 노동의 역량이다. “주당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집단 조직화와 파업 활동이 결집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은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대대적인 노동시간 감축은 경제적 부강기가 아닌 두 차례 파멸적인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났다는 점,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파괴 이후 노동시간 단축이 진보 진영 전반에 걸쳐 점점 더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세력 결집을 통한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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