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인간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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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형상 앞에서, 호의와 위협 사이에서 인간은 주춤거리며 묻는다. 너는 누구냐고.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가 빚어낸 앙상한 인간의 몰골 앞에서 품게 되는 질문도 그 연장선에 있다. 1956년 청동으로 주조한 ‘베네치아의 여인III’(119x17x33.5㎝)의 곧 쓰러질 듯 야윈 몸은 겨울의 초입에서 강렬한 동병상련의 인력을 발휘한다. 몸에 비해 너무 큰 발, 그래서 인간은 때로 나무처럼 보인다. “발이 왜 이렇게 큰가요?” 자코메티는 대답하곤 했다. “모르겠어요.” 그러나 누군가는 거기서 꽉 붙들어매고 또 나아가게 하는 생명력을 발견한다.
쓰러짐을 전제한 직립의 수직성, 자코메티 조각 옆에는 벨기에 화가 라울 우박(1911~1985)의 1962년작 ‘세 사람’(195x114㎝)이 걸려 있다. 회반죽으로 그려낸 기다란 육체,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익명성의 윤곽은 끝내 알 수 없는 인간의 속내를 상징하는 듯하다. 사진 바깥에는 자코메티가 여덟 명의 인간을 세워 둔 1950년작 ‘숲’(57x46x58㎝)이 또한 놓여있다. 대구미술관이 프랑스 매그 재단과 협업해 내년 3월까지 개최하는 이 전시에서 가장 인간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이 인간들 사이에 관람객이 서는 순간, 그 역시 전시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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