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다국적 리더십이 필요해

주장훈 스포츠칼럼니스트·'스포츠도 덕후시대’ 저자 2021. 12.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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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스타일을 말할 때 지장(智將), 덕장(德將), 용장(勇將)을 흔히 말한다. 여기에 이제는 ‘다국적 맞춤형 리더십’도 하나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축구 스타 손흥민을 좋아하는 초등생 딸아이 덕분에 깨달은 사실. 해외 축구 경기를 TV로 함께 시청하다가 바라본 딸의 시선은 손흥민을 넘어 어느 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정복한 여러 선수에게 가 있었다.

토트넘만 해도 ‘한국의 자존심’ 손흥민을 비롯해 스페인⋅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다국적군’으로 이뤄져 있다. TV는 ‘다국적 스타 전시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마동석이 등장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도 마찬가지다. 중국계 감독이 미국의 자본을 토대로 영국·한국·스코틀랜드·멕시코·인도계 배우들과 만들었다. 다양한 국적의 조직이 일상화되면서 다국적 리더십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현중 선수가 뛰고 있는 미국 NCAA(대학스포츠협회) 데이비슨 대학교 농구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명장 밥 매킬럽 감독이 이끄는 이 팀은 15명 남짓한 선수들 출신 국가가 8국에 이른다. 매킬럽 감독이 단 몇 초의 결정적 승부처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국가별로 선수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 출신 선수에겐 고함을 치거나, 부드럽게 타이르면서도 ‘말을 많이’ 한다. 반면 비(非)영어권 국가, 그중에도 오스트리아나 덴마크 출신에겐 손짓·몸짓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 이현중 선수에게는 주로 눈빛으로 대화한다. 선수들이 언어나 문화로 인해서 차별받고 있다거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가별 맞춤형 지도가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배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스포츠 덕후인 나에게 딸아이가 NCAA 선수들 이름을 묻곤 한다. 딸아이와 TV를 보며 경기에 대해 토론할 날이 머지않은 듯해 괜히 으쓱해진다. 동시에 자라나는 딸이 다국적 리더십도 함께 배워가길 바란다. 한 가지 정답을 모두에게 적용하기 보다는 다양함을 이해하고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장훈 '스포츠도 덕후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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