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NOW] 스포츠에선 '어벤저스'가 안통한다

이영빈 기자 2021. 12. 3.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구 레이커스, 축구 PSG 굴욕

‘훌륭한 선수가 모이면 훌륭한 팀이 되는가.’

팀 스포츠 최고 난제 중 하나다. 각 포지션에 제일 잘하는 선수를 모은다면 분명 이길 것 같다. 아니 이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분명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최고치를 달하는 데 번번이 우승과 인연 맺지 못하는 실패 사례가 많다. 올 시즌에도 여러 종목에서 그 역사를 뒤집으려 야심 차게 도전했는데, 지금까지는 기대 이하다.

◇올스타 경력 64회, 성적은 5할 언저리

NBA(미 프로농구) 명문 LA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존 르브론 제임스, 앤서니 데이비스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전력에 ‘트리플 더블 제조기’ 러셀 웨스트브룩이 합류했다. 거기에 카멜로 앤서니, 드와이트 하워드, 라존 론도 등 손꼽히는 리그 베테랑들이 연이어 합류했다. 레이커스 선수들의 올스타 출전 횟수를 합치면 64회. 약 70년 NBA 역사 가장 많은 올스타 경력을 자랑하는 팀이 완성됐다.

올 시즌 ‘수퍼팀’ LA레이커스 결말은?

그런데 2일 현재 레이커스는 정규 시즌 12승11패로 승률 5할을 겨우 넘는다. 전체 30개 팀 15위다. 팀 플레이 대신 자신이 공을 쥐고 지휘하는 사공이 많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너 한 번 나 한 번’ 식으로 공격을 펼치면서 코트에 선 다섯 명의 시너지 효과가 전무하다. 설상가상으로 팀 리더인 르브론 제임스는 이번 시즌 부상과 징계, 코로나 확진 등으로 12경기를 빠졌다. 리더가 나서지 못하니 팀은 ‘콩가루’가 되기 직전이다. 르브론이 “이번 시즌이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이라고 토로할 만큼 팀이 다시 솟아날 전망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몸값 최고, 성적은 16강 턱걸이

파리 생제르맹(PSG)의 올 시즌 목표는 단연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PSG는 2011년 카타르 국영 기업인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하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한 이래 지난 10년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올해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전격 합류했다.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 메시 최강 공격 트리오의 시장가치(예상 이적료)는 3억4000만유로(약 4526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축구팀 ‘트리오’ 중 최고 액수다.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축구의 ‘수퍼팀’ 역시 기대 이하다. PSG는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경기에서 2승2무1패(승점 8). A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PSG가 올린 승점은 2일 현재 16강을 확정 지은 11개 팀 중 가장 낮다. 셋은 공격할 때 보여주는 번뜩임과 달리 전방 압박 같은 팀 플레이나 수비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이마르가 지난달 28일 발목 부상으로 6~8주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앞으로 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수퍼팀’ 실패의 역사

전 프로스포츠 종목 통틀어 자타가 공인했던 대표적인 수퍼팀은 호날두(브라질),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이 뛰던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2003년 잉글랜드 최고 스타인 데이비드 베컴까지 가세하며 스타가 많다는 뜻의 ‘갈락티코(은하수)’ 또는 ‘지구방위대’로 불렸지만, 3년 동안 스페인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무관(無冠)에 그치며 해체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2004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호화 군단’을 꾸렸던 뉴욕 양키스가 3시즌 내내 우승에 실패했다. 올 시즌 고초를 겪고 있는 레이커스는 2003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전성기를 지나보낸 베테랑 수퍼스타들을 끌어모아 ‘수퍼팀’을 결성했으나, 둘 다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뚜렷하다. 궂은 일을 맡는 선수가 없고, 자존심 싸움 끝에 자멸한다는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최근 국내에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다. 작년 김연경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을 한 팀으로 만들었던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은 결국 온갖 문제를 일으키면서 GS칼텍스에 우승을 내줬다. 팀 스포츠는 ‘원 맨’이 아니라 ‘원 팀’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