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철용 흔들리고 커태식 돌아왔다

김종수 2021. 12.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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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 동안 NBA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최고의 선수 둘을 꼽아보라면 단연 르브론 제임스(37·203cm)와 스테판 커리(33·190.5cm)가 첫 손가락에 지목받을 것이다. 제임스는 괴물같은 신체능력에 엄청난 테크닉을 겸비한 최고의 올라운더다. 자존심 강한 각팀의 간판선수들도 그 앞에서는 한수 접어줬다. 스타중의 스타라 할 수 있다.


커리는 순수한 능력치 자체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할지 몰라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슈팅이라는 부분을 앞세워 리그 트랜드 자체를 바꿔버렸다. 때문에 르브론은 ’킹‘, 커리는 ’혁명가‘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NBA를 대표하는 투톱 플레이어다. 아직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올시즌 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타짜>의 명품조연 곽철용, <해바라기> 주인공 오태식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제임스와 커리의 행보를 비교해보았다.

"내가 NBA 생활을 열여덟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프로 노리던 놈들이 백 명이다 치면은, 지금 이 나이에 나만큼 하는 놈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힘센 놈 스피드로 제끼고, 빠른 놈 몸빵으로 보내고, 어설프게 올라운드 플레이하는 oo들… 실력으로 다 죽였다. LA야? 선수 하나 더 찔러 봐라."
누적과 커리어가 쌓이면서 제임스는 어느덧 마이클 조던과 비교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조던의 신화적 행보에 아직도 조금 모자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더 오래 꾸준하게 리그를 지배한 것 만큼은 인정해줘야한다. 어쩌면 제임스의 가장 대단한 점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슈퍼스타로서의 롱런일 수도 있다.

“3점슛 잘하는 비결이 뭐야? 응 그냥 던지면 돼. 그러다 안들어가면 어떻게 하는데? 그냥 쏘면 들어가.
거리, 타이밍, 상대 수비의 유무 등등 ’아, 저건 힘들겠다‘는 상황 속에서도 거침없이 들어가는 커리의 3점슛은 리그에 혁명을 가져왔다. 현재는 빅맨들도 외곽슛을 장착해야 되는 3점슛 시대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원조 커리는 여전히 최고 슈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누군가 커리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저렇게 대답하지않을까.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가르쳐줄수 있을 것인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인데.

”묻고 더블로 가!“
제임스는 여러팀을 오가며 리그에 본격적인 슈퍼팀 유행을 일으켰다. 제임스가 만들어낸 슈퍼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리그의 수많은 스타들은 더 이상 프랜차이즈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제임스는 단순히 자신과 함께 할 스타 한명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거기에 하나를 추가해 자신과 함께 '빅3' 체제를 만들어 놓는 것을 선호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빅3외에 이름값 좀 있는 선수들을 상당수 불러들이는 등 전력보강을 위한 외부수혈에 애를 썼다.
 


"함께할 동료가 없느냐? 아니요. 팀을 옮겼느냐? 아니요. 그럼 이제 이길 일만 있겠구나”
커리가 더욱 대단한 이유는 슈퍼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과정에서도 프랜차이즈로서 왕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클레이 탐슨(31·201cm), 드레이먼드 그린(31·201cm)등 드래프트로 팀에 들어온 팀 동료들과 함께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조던이 스카티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를 데리고 왕조의 시작을 이끌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툭하면 부상으로 빠지고, 잘할거라던 선수들도 신통치않고,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내 돈 어딨어? 아~ 잘 모르시지?”
레이커스가 노장 제임스를 데려오고 그 과정에서 입맛대로 팀을 세팅해주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승을 추가하라는 의미다. 현재 선수 구성을 봤을 때 미래를 위한 일보후퇴는 없다. 이름값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남아있을 때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간 금강불괴로까지 불리던 제임스의 올시즌 잦은 부상결장은 팀 입장에서 뼈아프다. 아무리 시즌초라고해도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스타트다. 레이커스 구단주 입장에서는 제임스의 멱살이라도 흔들고 저렇게 말하고 싶지않을까.

“내가…, 내가 2년 동안 머리 싸매고 고민했는데 꼭 그렇게 후드러패야만 속이 후련했냐!”
커리 입장이다. 2018~19시즌까지만해도 여전한 왕조로 리그를 호령할 것 같았지만, 커리와 함께 리그 최고 쌍포로 명성을 떨치던 탐슨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빠지게 되면서 탄탄했던 위상이 와르르 흔들렸다. 거기에 커리와 그린 역시 번갈아가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2019~20시즌 꼴찌로 추락했고, 지난시즌 커리가 이를 악물고 선전했으나 서부 8위에 그쳤다. 상대를 늘 두들겨 패는 커리의 워리어스였지만 2년 동안은 참 많이도 맞았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몸 상태도 그렇고, 팀 성적도 그렇고, 올시즌 뜻대로 잘되지않아서 그랬을까. 제임스는 지난 22일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경기에서 팔꿈치를 휘둘러 상대팀 센터 아이재아 스튜어트(20)의 안면을 가격했다. 다분히 고의적이다고 판단한 스튜어트는 이성을 잃었고 주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제임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제임스 입장에서 스튜어트의 무엇인가가 마음에 들지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이 감정을 조절하지못하고 젊은 선수에게 대놓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팬들도 ’실망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만약 돌진하는 스튜어트에게 제임스가 저렇게 말했다면, 스튜어트는 ’그럼 이제부터 욕은 당신이 먹습니다. 신사답게." 그렇게 답하지않았을까.

”자고로 프로라면 당한 만큼 갚아주는 것이 세상 이치라더라. 알아 들었냐. 지금부터 우리가 반격할테니까, 달게 받아라.“
올 시즌 워리어스의 기세는 예상 밖이다. 탐슨이 아직 복귀전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0.857의 높은 승률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커리는 전성기에 근접하는 기량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고있으며 조던 풀(22‧193cm), 네만야 비엘리차(33‧208cm), 케번 루니(25‧206cm), 안드레 이궈달라(37·198cm), 앤드루 위긴스(26‧201cm), 게리 페이튼 2세(28‧191cm) 등 확 달라진 선수층을 자랑하며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커리가 제임스를 포함한 NBA 선수들을 노려보며 ”제임스 형은 나가. ooo 싫으면“이라고 말하면, 제임스는 걸어나오면서 뭐라고 대답할까. 르철용은 흔들리고 커태식은 돌아왔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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