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급여 진료 정보를 위한 공공의 역할

2021. 12.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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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는 공공의 개입이 큰 분야다.

의료인은 전문성이 높고, 환자는 의료인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부분 의존한다.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를 권하고, 환자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믿고 맡기는 것이 정상이다.

병·의원 간에 비교, 선택이 어렵기에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의 처지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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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는 공공의 개입이 큰 분야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다른 가치에 우선한다.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겨두어서는 이 가치가 위협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의료인 면허제도를 두고 ‘명칭독점’과 ‘업무독점’의 특권을 인정하는 한편, 다양한 의무와 규제를 가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공공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또 다른 특성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거론된다. 의료인은 전문성이 높고, 환자는 의료인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부분 의존한다. 의료인은 ‘서비스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서비스 수요의 대리인’ 위치에 있다. 공급자가 수요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를 권하고, 환자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믿고 맡기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아예 공공이 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의료를 생업으로 하는 의료인이 ‘도덕적 해이’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시장 원리가 잘 기능하지 않는다. 여기서 공공의 개입이 필요해진다. 공공의 정보 제공 기능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
우리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입해 이용한다. 서비스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얼마를 내야 할지도 사전에 모른 채로 이용부터 하는 것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는 그런 경우가 보통이다. 의사의 전문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아프게 되면 필수적인 의료는 가격 불문하고 받아야 한다. 그러니 가격이 너무 높아도 전문가가 권하는 의료를 거부하기 힘들다. 필수성이 큰 의료서비스를 시장에 맡겨두면 그 서비스는 가격이 한없이 오를 수 있다. 너무 비싼 의료비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받는 미국 의료시스템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다행히도 필수성이 높은 의료서비스는 ‘급여’ 대상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그 서비스 가격을 미리 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환자는 그중 본인부담분만 내면 된다. 하지만 도수치료, 크라운 보철치료, 추나요법 등은 건강보험에서 ‘급여’ 대상으로 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다. ‘선택성’이 높으니, 가격도 이용 여부도 의사와 환자에게 맡긴다. 건강보험이 관여하지 않다 보니, 병·의원마다 같은 서비스의 명칭이 다르기도 하고,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았다. 병·의원 간에 비교, 선택이 어렵기에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의 처지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도입된 공공의 개입이 ‘비용공개제도’와 ‘사전설명제도’다.

병·의원은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원내에 안내문을 비치해야 한다. 환자는 병·의원을 선택하기 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건강정보’를 통해 가격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병·의원은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기 전에 어떤 진료가 제공되고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를 미리 ‘설명할 의무’가 법제화되었다.

병·의원으로서는 정부의 관여가 점점 더 심해진다고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합리적 판단에 도움을 주고, 적정 의료의 제공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의료인에게 면허의 ‘특권’을 부여하는 한편,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와 설명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 보건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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