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계획된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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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후에 두통, 무기력, 두근거림이 생겼고 한두 주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아 불안하다며 정신과를 찾아온 환자들을 보게 됐다.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불행의 늪에서 오랫동안 허우적거릴 거라 예측했지만, 실제로 이별한 후의 느낌을 조사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마음을 추스른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예측 못 했던 사건이 일어나면서 계획은 틀어지고 애초의 목표와는 다른 성취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두고 그는 '계획된 우연'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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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앞에서 호기심·경험 갖는게 최선
인간은 미래를 생각한다. 불안하면 앞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우리는 지식의 공백을 두려워한다. 모호함과 불확실함을 느끼면 생각하고 또 생각함으로써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할수록 공포만 커진다.
사람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생각하게 한 후에 실제로 그 일이 생긴다면 자기 마음이 어떨지 예측해보라고 했다.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불행의 늪에서 오랫동안 허우적거릴 거라 예측했지만, 실제로 이별한 후의 느낌을 조사해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마음을 추스른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선거에 승리하면 기분이 계속 좋을 것 같겠지만 실제 삶에서 느끼는 개인의 주관적인 행복도는 투표 결과와 그리 큰 상관관계가 없다. 승진의 기쁨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사라진다. 폭풍 속 촛불처럼 말이다.
인간은 자기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데에 서투르다. 서투른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예측을 사실이라고 믿을 정도로 어리석은 게 보통의 인간이다.
불안에 빠진 이들에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식의 위로는 별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세상에는 실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사연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성은 예외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생 법칙이다. 현실은 깔끔하지도 단순하지도 명쾌하지도 않기 때문에 탁월한 식견과 과학기술로 무장한 전문가의 미래 예측이라도 빗나갈 수밖에 없다. 설익은 예측과 섣부른 위안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미국에서 사업가와 직장인 수백 명을 조사했더니 커리어 성공 요인의 80%가 우연에 의해 시작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확인한 스탠퍼드대학교 존 크럼볼츠 교수에 따르면 직업 진로는 치밀한 계획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찾아온 우연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결정한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예측 못 했던 사건이 일어나면서 계획은 틀어지고 애초의 목표와는 다른 성취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두고 그는 ‘계획된 우연’이라고 불렀다. 직업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계획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할 것도 아니다. 삶에 대해 모른다는 느낌은 허기 같은 것이라 생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채워야 한다.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는 “호기심을 갖고 경험해보자”일 것이다.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미지의 세상에서도 우리는 그럭저럭 적응해낼 테니까 말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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