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미·일 개입" 아베에..중국 "불장난하다 타 죽어"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1. 12. 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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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만 주최 포럼 연설에 발끈
원색 비판·이례적 강경 대응
군비 증강하는 일 경계 의도

대만에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군사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발언을 놓고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불장난을 하다 스스로 타 죽는다”거나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화춘잉(華春瑩)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지난 1일 밤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만나 아베 전 총리가 중국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2일 밝혔다. 화 부장조리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국 침략 전쟁을 일으켜 인민에게 큰 죄행을 저질렀고, 대만 문제를 가지고 얘기할 자격과 권리가 없다”며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고 어떤 형태로도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나가면 반드시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화 부장조리에 앞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격앙된 반응은 지난 1일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진행된 아베 전 총리의 화상 연설 내용을 두고 터져나온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침범은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본 국토에 중대한 위험”이라며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 동맹의 유사”라고 말했다. 이는 곧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과 일본이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이례적인 강력 대응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잠수함이나 항공기 등의 수가 일본의 2배 이상”이라며 일본의 방위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과 무력 행사 포기, 전력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일본 헌법 9조 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사설에서 “아베는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도록 추동해 자신의 역사적 공적으로 돌리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전략적으로 막다른 골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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