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흔들리는 윤석열 호, '예견됐다'는 평가 나오는 이유
"윤석열은 김종인 없이 이길 수 있을까?", "윤석열은 이준석 없이 이길 수 있을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몇 달 전부터 2개의 질문에 직면했다. 이른바 '김종인 변수'는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개인적 성향 때문에 제기됐다.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자주 소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사람을 모두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고집이 세고, 그립감(장악력)이 강한 두 사람이 대선에서 공존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지난달 5일, 윤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날 저녁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윤 후보 측은 후보 측이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일각의 우려 섞인 전망은 한낱 우려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건으로 사실상 선대위 운영의 전권을 요구한 김 전 비대위원장이었지만, 윤 후보는 '전권'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결과로 보인다.
"선대위는 협의체"…'김종인 원톱'은 애초 없었나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약 한 달. 컨벤션 효과였다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두 자릿수로 앞섰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현재 백중세로 바뀌었다. 대선 후보로서의 비전이나 정책 제시보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에만 관심이 쏠린 결과다. 약 한 달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인데,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합류시키겠다던 목적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선대위 구성을 두고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경우는 없었다"며, "후보의 정치력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윤석열의 '압도적 정권 교체'를 위해 김종인은 필요한가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진영의 약점을 잘 파악해 중도 확장 전략을 잘 짠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이었는데, 정권 교체 혹은 정권 재창출을 원하지만 특정 정당에게 표를 주지 못 하겠다는 사람들을 포섭할 전략 개발에 탁월하다."
김종인은 정권 교체를 위한 충분조건일까, 필요조건일까.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윤 후보와 김 전 비대위원장의 불협화음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가 초반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을 정치 멘토로서 의지했는데, 정치 행보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지지율이 나오다 보니 상왕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나."
결국 윤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현재의 불협화음을 만들었고, 또 그것이 두 사람의 미래 관계를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든 건 지지율이 달렸다는 '지지율 결정론'인 셈인데, 어제(1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오차의 범위 내라고는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처음 있는 일이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윤석열 후보 측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효율성을 극도로 추가하는 사람이다. 조직을 슬림화해서 메시지가 신속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데, 윤석열 후보는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측근 인사 A)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 졌던 부분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경선 캠프가 이긴 캠프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경선 때의 전략 그대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인선이 이를 증명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측근 인사 B)
윤석열 후보 측은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김 전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할 만큼 다 했고,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김 전 비대위원장 결정에 달렸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비대위원장 측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윤석열 후보 결정에 달렸다"고 말한다. 선거 전략 변경에 따른 인적 쇄신 (외견상으로는 인적 쇄신 통한 선거 전략 변경)이 없다면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런 전략의 차이 역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 할 때, 김 전 비대위원장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이준석 변수', 그리고 예견된 표출
윤석열 후보는 갈등설 자체를 일축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6일, 이준석 대표와 만난 후 '갈등설'에 대한 질문에 에 "당 차원에서 선거를 저와 이준석 대표가 같이 해나갈 것이고, 저희가 해 나가는 걸 보면 오해는 다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전력이 있는 만큼, 윤 후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정치권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갈등은 '윤석열과 이준석의 갈등'이 아닌, '윤석열 측과 이준석 (측)'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과 '너무 위험한 카드'
이 대표가 모든 일정을 돌연 취소한 지난 화요일, 이 대표와 접촉했던 국민의힘 인사는 이른바 '윤핵관' 보도가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정 매체는 '윤핵관'을 인용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원색적 보도를 해왔다. 이 국민의힘 인사의 분석이 맞다면, 이 대표와 윤 후보를 둘러싼 측근 간의 갈등이 잠행의 도화선이었던 셈이다.
이 후보 역시 이런 해석을 사실상 인정했다. 3일째 잠행하던 이 대표는 오늘(2일)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의 발언이 잠행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왜 '윤 후보 측근'이라는 사람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들을 비판해왔던 건, 그들이 후보를 잘못된 선거 전략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소위 세대포위론을 이번 대선의 전략으로 강조해왔는데, 윤 후보의 측근들이 '임명장 수백만 장'으로 대표되는 예전의 선거운동 방식으로 대선을 끌고 가려는 데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선거 전략 차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 입장에선 윤 후보 측근들이 김종인 영입을 막고 있다는 불신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택은 '너무 위험한 카드'라며 이 후보의 잠행에 비판적 의견이 국민의힘 내에 상당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선 후보 본인인 만큼, 윤석열 후보가 직접 나서 상황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윤 후보는 당장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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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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