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곽상도 혐의' 하나도 못 밝힌 검찰
[경향신문]
검사 26명 동원해 두 달 수사
정영학 녹취·김만배 진술 외
‘50억 대가’ 입증할 증거 없어
부실 수사·성급한 영장 비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아들 퇴직금 50억원’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 구속에 실패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검사 26명을 동원해 두 달 수사했지만 ‘50억 클럽’에서 가장 혐의가 뚜렷한 곽 전 의원의 영장 청구도 기각돼 망신을 당했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 “구속 사유,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곽 전 의원의 구속 필요성은 물론이고 범죄 혐의조차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알선수재 혐의의 핵심인 ‘대가성’을 입증할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의존해 수사한 결과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진술을 제시하며 “곽 전 의원이 2015년 1~3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 위기를 막아준 대가를 요구해 화천대유 직원인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을 제외하면 25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에게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과 함께 영수증을 제시했지만 곽 전 의원 측은 “그날 다른 일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지난달 27일 한 차례만 조사한 뒤 곧바로 영장을 청구한 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했다가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방향을 틀었다. 검찰이 범행 시기로 추정한 2015년 1~3월은 곽 전 의원이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막 취임할 때라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직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영장청구서에 곽 전 의원의 청탁 상대를 ‘하나은행 임원’이라고 적었을 뿐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청탁한 장소, 일시, 방법도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를 연결고리로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막아줬다고 보면서도 김 회장은 조사하지도 않았다. 하나은행 실무자만 몇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혐의를 기초부터 다시 다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일 “곽 전 의원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강 수사에서 곽 전 의원이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청탁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장을 재청구하기 어렵다.
<'이상한 나라의 대장동' 인터랙티브> https://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daejang/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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