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푸퉁화(보통화)

도재기 논설위원 2021. 12. 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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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의 하나로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언어도 동식물처럼 멸종한다. 생물이 환경오염과 같은 인간 활동의 해악으로 멸종한다면, 언어는 쓰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시나브로 소멸한다. 유네스코 등에 따르면 세계에는 7000여종의 언어가 있다. 그런데 3600여종이 갖가지 이유로 멸종될 위기에 처한(2018년 기준) ‘멸종위기의 언어’다. 그중 570여종이 더 위기인데 제주어도 포함됐다. 생물만큼이나 언어 멸종도 심각한 수준이다.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다양한 소수민족 언어, 지역 사투리로 유명하다. 그런 중국이 최근 공식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보통화)를 2035년까지 전국적으로 전면 사용토록 하는 강력한 계획을 내놨다. 소수민족 교육과정에 푸퉁화로 된 통합교재를 채택하고, 각종 시험에도 푸퉁화 사용능력을 도입한다는 것 등이다. 푸퉁화 교육 확대에는 중화민족으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사회통합을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다. 미국과의 패권경쟁 속에서 이른바 외부 세력의 분열 시도를 막기 위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적 만리장성”인 셈이다. 시 주석은 평소 “문화적 동질성” “민족통합의 뿌리” 등을 강조하며 푸퉁화 보급을 강조해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정치적 행보를 문자 등을 통일하고 국론통합을 위한다며 분서갱유를 한 2000년 전 진시황(秦始皇)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방적인 푸퉁화 확대책은 소수민족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소수민족 저마다의 고유한 언어, 문화가 멸종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푸퉁화 교육 확대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홍콩 등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온다. 푸퉁화로 사회통합을 도모하고 소수민족 간·지역 간 의사소통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민족주의의 강요가 아니라 소수민족들의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도 함께 살리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정치적 민족주의는 공존과 배려·포용보다 차별과 배제·혐오라는 폐쇄적 사회 분위기를 낳는다. 또한 한 언어의 멸종은 해당 언어권,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인류문화의 심각한 훼손이기도 하다. 대륙을 차지한 이민족을 수용하며 발전해온 중화민족의 자존심은 어디로 간 것인가.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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