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돌파감염' 최소 15개국서 확인.. WHO "백신, 중증 막는다"

강지원 2021. 12. 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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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나온 35개국 중 15곳.. 다른 나라는 '불확실'
미국 첫 오미크론 확진자도 백신 접종 이후에 감염
기존 백신 무력화?.. 전문가들 "중증 예방엔 효과적"
英 2년치 백신 싹쓸이, 日 접종 간격 단축 등 총력전
화이자·모더나 "내년 3월 이후 오미크론 백신 공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새 변이 바이러스를 뜻하는 '오미크론' 문구와 백신 주사기. AFP 연합뉴스

자꾸만 진화하는 변이 바이러스 앞에서 기존 백신은 역시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진자가 35개 국가에서 발생한 가운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최소 15곳에서 ‘돌파 감염(백신 접종 후 확진)’ 사례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나라들도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이라는 점에 비춰, 실제로 돌파 감염이 발생한 곳은 더 많을 공산이 크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정황이다.

이 때문에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차단하는 데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각은 다르다. 중증 예방에는 효과가 있는 만큼, 현재로선 여전히 백신이 최선의 ‘무기’이며, 따라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내년 3월을 목표로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35개국 중 돌파감염 최소 15개국

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모잠비크, 그리스에서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튿날에는 인도, 싱가포르, 핀란드, 아이슬란드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왔다. 이로써 현재까지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보고된 나라는 총 35곳으로 늘어났다. 감염자 수는 최소 270명에 육박한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코로나19 확진자였는데, 프랑스 본토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는 해외영토인 레위니옹섬에서만 감염 사례가 발견된 상태였다.

문제는 백신 접종자마저 뚫는 돌파 감염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귀국한 코로나19 감염자는 일주일 후(같은 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하지 않았다. 현재 자가 격리 중이며, 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와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백신 접종을 끝낸 상태였다. 한국의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인 40대 부부도 백신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남아공(최소 128명)과 독일, 이탈리아, 호주, 홍콩, 일본, 스페인, 스위스, 브라질 등에서도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부스터샷까지 포함, 백신을 세 차례나 맞은 의사 2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첫 감염자도 부스터샷을 맞은 남성이었다. 결국 오미크론 변이가 상륙한 사실이 확인된 나라 35곳 중 최소 15곳에서 돌파 감염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다른 20개 국가들도 정확한 감염 경로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점에서, 돌파 감염은 더 많은 나라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사실은 오미크론 변이에는 기존 백신의 효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높고, 백신 보호 효과를 회피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2주에서 2주 반 정도가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뒤에서 파우치 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WHO·전문가 “백신, 중증 예방 효과 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산 속에서 두드러지는 돌파 감염 사례는 기존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 아예 무력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부스터샷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중증을 앓는 것을 막는 데엔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숨야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는 이날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지만, 기존 백신이 다른 변이에도 그랬듯이 중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WHO는 수일 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기존 백신의 효능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심지어 부스터샷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마저 입장이 바뀌었다. 백신 추가 접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부스터샷에 반대했던 미국 벨뷰 병원의 셀린 가운더 박사는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부스터샷으로 형성된 면역력이 (오미크론 변이 차단에) 효율적이지는 못하더라도, 항체 숫자가 많으면 그 자체로 바이러스를 압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스터샷이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던 카밀 코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박사도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접종률을 끌어올릴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부스터샷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일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소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각국 백신 접종 박차… “내년 3월 이후 오미크론 백신 공급”

각국은 자국 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영국은 화이자·모더나와 향후 2년치 백신 물량 1억1,400만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백신 확보전에 나섰다. 각 회원국에 ‘백신 접종 의무화’ 권고 조치를 내릴지 검토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백신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스터샷 접종 간격 단축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백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 53개 국은 중국으로부터 백신 10억 회분을 공급받기로 한 뒤, “내년 초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제약사들도 '오미크론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이자는 “이르면 내년 3월 하순 오미크론 백신 공급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마찬가지로 “내년 3월 임상시험과 승인절차를 거쳐 2분기부터 출시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김지우 인턴기자 jiuo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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