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이준석, '마이웨이' 윤석열.. 국민의힘 혼란 장기화하나
尹 서울서 빽빽한 공식일정 소화
이준석 두고 "압박할 생각 없다"
당 원로들 오찬서도 엇갈린 의견
지지율 정체 속 자중지란 지속돼
지방행 사흘째 이준석, 제주도행
기자들 만나 "당무 거부 아니다"
尹측 '핵심 관계자' 작심 성토도
윤 후보는 이날 오전 6시20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을 시작으로 오후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예정에 없던 경기 안양시의 도로 포장 공사 근로자 사망 사고 현장을 긴급 방문한 뒤 여의도로 돌아와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 대사를 접견했다. 오찬은 당 상임고문단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선 이 대표의 잠적 사태를 두고 당 원로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을 역임한 신경식 고문은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고 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머무르고 있는 곳을 찾아가 ‘다시 같이 하자’고 하고 서울로 데려오면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권해옥 고문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반발했다. 이에 신 고문은 “바다가 모든 개울물을 끌어안듯이 윤 후보는 싫든, 좋든 전부 제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신 고문은 대부분 참석자가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한 뒤, “윤 후보가 검찰에만 있어서 딱딱하고 포용력이 없다”고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 조기 합류가 불발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개인적 약속으로 같은 음식점에 나타나 윤 후보가 인사를 하러 찾아간 일도 있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아무 말도 안했다”며 별다른 이야기가 오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 내에서도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만나러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대표의 잠행이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를 만나러 갈 의원이 있는지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직접 이 대표를 찾아가는 등 저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후보는 오후에 스타트업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제 어느 정도 (이 대표) 본인도 리프레시를 했으면 저도 무리하게 압박하듯 할 생각은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서로 조금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하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저도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후보가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와 선대위 회의를 열지 않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당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인 이 대표가 불참한 자리에서 선대위 추가 인선 등 주요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대표에게 예를 갖췄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의 잠적을 놓고 선대위 인선이나 ‘당대표 패싱’ 논란 등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날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무 보이콧이란 평가에 대해 “우리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며 당 사무총장과 2명의 부총장 교체에 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털어놨다. 이 대표는 잠행과 관련해서도 “딱히 잠행이라기보다는 (이 대표 본인이 자리를 비워주겠다고 한)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께서 언론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 공간을 (더) 가지는 게 옳겠다고 생각해서 저는 지방에서 여러 일을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잠행이 당무 거부가 아닌,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당분간 이 대표의 지방 순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동행 중인 한 당대표실 관계자는 “당분간 상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천하람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대로는 대선에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방향성, 두 번째는 인선에 관한 문제”라며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대표가) 서울에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당내 혼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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