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전망, 공개 검증의 필요성

한겨레 2021. 12. 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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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세수 전망은 1년 뒤에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예측하는 작업이다. 다음해 예산 편성을 위해서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 외의 수입도 있긴 하지만 세금 예측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1년 뒤 가계 수입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국내총생산(GDP)이 2천조원에 육박하는 국가의 1년 뒤 수입을 전망하는 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1년 전에 예측한 것이 틀렸으니 잘못되었다고 비판받으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수 예측을 모형에 기반해서 한다. 모형에는 전망에 유용한 투입변수들이 이용된다. 대표적인 투입변수로는 경제성장률 등을 들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소득 또는 부가가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늘어난 소득 규모에 비례해서 세수가 증가할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누진도가 강한 경제에서는 소득이 늘어난 정도보다 세수가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모형에 들어가는 투입변수의 1년 뒤 예상값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형이 정확하다고 해도 세수 전망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망 작업과 마찬가지로 세수 전망에도 오차가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예컨대, 세수 전망이 100조원이라고 하면, 100조가 정확하게 걷힌다기보다는 100조를 중심으로 일정 폭 안으로 세수입이 예상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오차의 폭이 문제인데, 정해진 것은 없으나 5% 내지 10% 정도 안에 떨어지면 양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세수 전망의 오차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계획했던 것보다 세수가 적게 들어오면 국채를 좀 더 발행하고,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국채를 덜 발행해서 수지를 맞추게 된다. 재정 당국은 세수가 좀 더 들어오는 경우가 적게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재정 운용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에 세수 전망은 보통 보수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세수가 많이 들어와서 여유 있게 살림을 사는 것이, 세수가 적게 들어와서 국채 발행을 더 하는 것보다는 낫다. 재정 당국은 세수를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대개의 경우 초과 세수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혹시 세수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면 국세청은 이른바 ‘발로 뛰는 세수’를 추가로 거둬들여 맞추게 된다. 세수가 남으면 이를 세계잉여금이라고 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 지방정부에 정산하여 교부하고, 국채를 갚고, 나머지는 이월해 다음해 살림에 보태게 된다.

문제는 여당이 재정 당국을 불신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재정 당국이 고의로 조세 수입을 과소하게 예측하고 이에 따라 지출을 줄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2017·2018년 모두 세계잉여금이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바 있고, 올해의 초과 세수 규모가 10%를 넘게 되면서 여당의 의심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더 큰 문제는 지난여름에 추경을 할 때 세수 전망을 수정한 바 있는데, 수정 전망에 기초하여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못 주겠다고 홍남기 부총리가 버텼다. 2차 추경안에서 대략 31조원의 초과 세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국민 88%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또 버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전망은 틀렸고, 여기에 19조원의 초과 세수가 더 들어올 것으로 수정하였다. 지난해 본예산 편성 시 예상했던 목표 세수 282.7조원에서 50조 이상이 늘어난 것(333.3조원)이다.

이 정도 되면 기획재정부의 세수 전망 능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업 공무원들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전망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기는 하다. 보통은 전문가를 채용하여 전망 작업을 하거나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을 준다. 우리 재정 당국은 그동안 정보를 독점하여 정보가 부족한 민간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재정 당국의 세입 전망 능력은 한참 부족해 보인다.

방법은 세수 전망 모형을 만들어 검증하고, 전망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모형과 자료를 민간 전문가에게 공개해 검증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세수 전망에 의존해 재정을 운용하기에는 우리 경제 규모와 재정의 중요성이 크다. 재정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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