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클래식, '시민'이라는 기획자에 귀 기울이자

2021. 12. 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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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지만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다시금 많은 음악회와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요즘 각 공연장은 물론 지방축제까지 넘나들며 동분서주하고 있죠. 지난 11월 초 포항에서 열렸던 성대한 실내악 잔치(포항음악제) 때는 공연 후 예술감독인 박유신을 비롯한 젊은 음악가들과 어울렸고,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 건립을 기원하는 '부산오페라위크' 중 하나인 금정문화회관(대표 강창일)의 오페라갈라콘서트에선 부산의 클래식 음악 발전을 위해 밤 늦도록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두 축제를 보면서 역시 바닷가에서 만나는 음악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낭만적인 주변환경 덕분에 음악이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고 할까요? 반갑게도 두 축제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져 축제 느낌이 진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한가지 아쉬움이 남더군요. 두 음악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였나 싶은것이죠.

사실 클래식 음악은 국내에서 여전히 소수의 음악입니다. 물론 음악가들의 노력 덕분에 클래식 음악이 대중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현상 뿐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이 더 친해질 수 방법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그 해답은 바로 '주민의 참여'입니다.

포항음악제에서 만난 곡들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곡들이었고 훌륭한 연주 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선곡의 이유가 궁금했던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포항에는 포항제철로 알려진 '포스코'가 있고, 명문 포항공과대학교가 있습니다. 각각 많은 시민들이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기관이죠. 만일 이 음악제 프로그램을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 직원들이 듣고 싶은 음악' 혹은 '포항공대생들이 꼽은 클래식 음악'들을 설문 조사해서 반영하면 시작부터 시민 참여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그들을 대상으로 음악제 홍보도 훨씬 용이해질 것이고, 포항 시민과 학생들도 어떤 곡이 순위에 들었을까 궁금해하면서 공연장에 기웃거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공연에는 해설자를 대동하여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초심자들을 음악의 세계로 더 깊숙이 안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린 '부산오페라갈라'도 '금정구청 직원들이 듣고 싶은 가곡' '부산시민이 뽑은 아리아' '부산의 대학생이 뽑은 성악곡' 등을 선정해 프로그램에 반영했더라면 지금의 호응보다 더 열화같은 반응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공연에서 마케팅과 홍보는 연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예산의 대부분을 공연장 임대료나 연주자의 개런티에만 썼고, 마케팅이나 홍보는 팜플릿 하나 달랑 들고 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NS나 온라인을 활용한 설문조사나 촘촘한 마케팅이 필요하지요.

제가 '객석'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음악가와 관련 종사자의 눈높이는 엄청 높지만, 고객인 청중의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음악가나 관계자들은 "이 정도 곡은 알지 않을까" "그 곡은 너무 대중적이라 유치해"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 이유로 그들이 생각하는 대중적이고 유치한(?) 클래식 음악의 레퍼토리들은 아무도 연주를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 청중은 그 음악을 영화나 드라마의 삽입곡으로만 듣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곡들은 사실상 연주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편이고, 많은 이들이 다 알고 있는 곡일수록 작은 실수도 크게 표나기 때문에 음악가들이 기피하는 경향마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클래식 음악 매니아나 특정 연주자들의 열성 팬을 위한 음악회가 아니라면 '축제'나 '페스티벌'을 쓰는 모든 음악회는 기획자의 의도와 더불어 청중의 요청과 바람에 귀를 기울여야만 계속 호응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포항의 시민들이 어떤 실내악곡을 좋아하고 듣고 싶어했는지, 부산의 시민들이 어떤 노래를 듣고 싶었는지 알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올해 첫 선을 보인 포항음악제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크고 작은 음악회를 꾸리고 있는 관계자들께 '객석'이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해 째나 계속되는 이 코로나 시기에 황망한 연말을 맞이해야 하는 독자분들께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아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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