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시대 넘어 디지털 경제 시대

황계식 2021. 12. 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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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고, 어떤 어젠더가 그 흐름을 주도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 시대의 절대적인 패권을 가져가기 위해 선진국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에 돌입했고, 대한민국 역시 그에 동참한 상태이다. 선도하는 국가와 추격하는 국가, 반전을 노리는 국가, 필요를 이제야 느낀 국가 등이 아직은 유동적인 ‘절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전술과 전략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키워드가 디지털 경제이다.

디지털 경제는 광의적으로 표현하면 자산과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거기에 따른 재분배 등의 경제활동이 디지털화·네트워크화된 생산요소에 의존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자산의 눈으로 보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인프라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를 이야기한다. 그동안은 아날로그에서 획득한 재화를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하는 프로세스였다면, 디지털 경제는 생산과 소비 모두가 디지털 인프라에서 일어나는 환경이다. 이 환경에 최적화된 자산의 요소가 바로 지식이고, 지식재산이며, 지식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식이 디지털 경제 시대의 최대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발견한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의 방향과 전술을 설정하고 실행에 이미 들어갔다. 제조업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의 변화를 주도한 미국은 지식경제 기반의 디지털 경제 시대로 체제를 완전히 전환했다. 미국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을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해 1995년에 이미 ‘스테이트 인벤토리 프로젝트’(SIP)를 구축해 교육, 정부 그리고 공공부문을 연결해 지식 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정부와 학술기관, 교육자, 정보 및 기술 전문가들의 지식공유가 활성화되었고, 2015년도에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디지털 경제의 비중은 30%를 넘어섰을 정도로 거의 완전한 지식경제 시대로 체질을 개선했다. 이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도 미국이 압도적인 패권국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근거가 되었다.

디지털 경제 및 지식경제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무한복제’라는 개념이 가능해졌다.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가 생산되면 아주 간단하게 복제가 되었고, 복제된 콘텐츠는 확산을 통해 그 가치가 쉽게 공유되었다. 그것이 디지털이 가진 최대 장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는 그 장점이 최대 약점이 되었다. 무한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무한하지 않고 희소해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개인이 갖고 있으면 외부의 공격에 취약하고, 또 인위적인 조작도 가능한 가치자산을 분산이라는 형태로 보관해 보호하고, 또 모든 거래기록을 장부라는 형태로 남김으로써 완전한 투명성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이 장부의 가치를 이전할 수도 있어 가치재산과 지식재산을 유한한 자산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재화의 무한복제 문제로 인한 가치의 소멸문제를, 작업증명과 지분증명이란 알고리즘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무엇보다 ‘현대판 오일’이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생산하는 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환경 역시 블록체인에 의해 가능해졌다. 힘들게 창출한 가치가 누구나 다 복제해 사용한다면 그 가치는 ‘제로’가 되고 당연히 보상 역시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탓이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경제를 위한 고속도로와 같은 핵심 인프라이다. 고속도로 없이 고성능 슈퍼카를 제조할 수 없다. 비효율적인 비포장길을 달리기 위해서 스포츠카를 제조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 블록체인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가치가 개개인에게까지 전달이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디지털 경제가 확립된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없이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될 수 없다.

디지털 경제 전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에 대한 이해, 지식이 경제가 되고 가치가 될 수 있음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재화로서의 가치를 유지해줄 수 있는 블록체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라 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발상과 정책적 도구로는 불가능하다. 산업주의적 발상에서 과감히 탈피해 지식이라는 새로운 경쟁의 원천을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기존의 활동이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바뀐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중심으로 인프라, 틀, 문화와 제도까지 모두 달라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를 측정하는 기준 역시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의 한계로 인해 점차 기업과 개인 중심으로 전환이 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바로 지금.

심범석 프론티 대표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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