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일색' 미 연방대법원, 낙태권 제한으로 기울어

김유진 기자 2021. 12. 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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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신 15주’ 낙태 금지 미시시피주 법률 놓고 첫 구두변론
트럼프 임명 보수 재판관들 낙태 제한 지지…‘로 대 웨이드’ 무력화 전망도
내년 6월 최종 결론…중간선거 핵심 변수 예상

보수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경향을 드러냈다. 내년 6월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반세기 가까이 미국 여성들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법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태권 이슈는 조 바이든 정부의 하반기 국정 장악력 유지 여부가 걸려있는 내년 중간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대부분 금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을 놓고 구두 변론을 열었다. 미국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두 시간 가량 진행된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미시시피주 법률을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헌법은 ‘프로라이프’도 ‘프로초이스’도 아니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며 각 주 별로 낙태권 제한과 관련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6명의 보수 대법관들은 1973년 연방대법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로 대 웨이드’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임신 22~24주 이전까지 낙태가 허용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미국 내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내년 6월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 법률을 합헌으로 인정하는 데서 나아가 1973년 판례를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인터넷언론 복스는 최소 4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낙태권 자체를 없애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고 분석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최종 열쇠를 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른 보수 성향 재판관들과는 달리 법률에 정치적 논란이 있는 변화를 가하는 것이 재판부에 미칠 제도적 영향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가 미시시피주 법률을 인정하되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는 박탈하지 않는 접점 찾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사실 이날 연방대법원에서 나타난 드러난 논의 구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배럿 등 3명의 보수 대법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더힐은 ‘트럼프의 재판관들이 낙태를 제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지속적인 영향력이 미국의 가장 분열적인 이슈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실제 2018년 법률을 제정한 미시시피주는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되자 1·2심에서 나온 위헌 결정을 뒤집겠다며 연방대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갔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날 심리에서 미시시피주의 이같은 정치적 의도를 꼬집으며 “헌법과 그에 대한 해석이 단지 정치적 행위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그 악취를 과연 우리가 견뎌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보수 일색인 미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파장은 미 전역으로 미칠 전망이다. ‘로 대 웨이드’를 무력화하는 결론을 낼 경우 최소 20개주에서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화된다.

특히 내년 11월 중간선거 결과를 좌우할 변수로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낙태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로 낙태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연방대법원 청사 밖에서는 낙태권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스티브 스칼리스 의원(루이지애나)은 이날 낙태 반대 시위자들에게 “오늘은 우리의 날”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데비 스태브나우 상원의원(미시간)은 “여성들을 위한 의료 시계를 50년전으로 되돌리느냐의 문제”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재생산권리센터제공/AP연합뉴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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