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크리스마스 선물? .. 지금까지 드러난 특징과 시사점

박용하 기자 2021. 12. 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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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의 특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로선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강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으며 위해성은 비교적 낮을 것이란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브라질 등에서는 돌파감염 사례가 속출해 오미크론의 백신 회피 가능성이 또다시 부각됐다.

오미크론의 특징들은 향후 일부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봉책에 가까운 출입국 규제나 방역조치를 넘어 속출하는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러난 특징:전파력은 놓고 위험도는 낮다

오미크론의 발생국은 델타 때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델타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올해 2월쯤에 해외로 확산됐고 17개국에 전파되는데 약 2개월이 걸렸다. 반면 오미크론은 지난달 9일 채취한 샘플에서 발견된 뒤 한달여만인 2일 현재 30여개국 이상으로 퍼졌다. 다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2배 이상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높을수록 각국 의료 체계의 부담은 늘어난다.

오미크론이 조만간 델타를 누르고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지난달 확인된 바이러스 샘플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74%가 오미크론이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이 변이가 지닌 특성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의 양상이 바뀌게 된다. 앞서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델타가 우세종이 되자 국제사회는 큰 고충을 겪은 바 있다.

다행히도 오미크론은 아직까지 중증 위험도는 낮아 보인다. 지난 1일까지 유럽 11개국에서 확진된 59명 중 위·중증으로 발전된 사례는 없었다. 진원지로 알려진 보츠와나에서도 확진자 19명 전원이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학계 일각에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것이 인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란 주장까지 내놨다. 오미크론이 감기 등 다른 바이러스처럼 전파력이 높고 덜 치명적인 방식으로 진화한 사례이고, 이 변이가 코로나19의 우세종이 된다면 인류의 위험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아직은 확산 초기이고 발병자들도 젊은층이 많아 위해성을 단정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접종한 백신 덕택에 위·중증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한 변이를 겨냥해 제조되지 않은 백신도 면역력 향상을 통해 다른 변이에 보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는 변이 대응을 위해 백신 접종을 강조했다. 다만 이날 미국과 스페인, 브라질 등에서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이들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스라엘에서는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맞은 의료진이 변이에 감염되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기존의 백신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사하는 점:위드 코로나 정책의 한계들

기존의 백신과 치료제가 오미크론에 통용되지 않는다면 일부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드 코로나는 백신과 치료제로 통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지속돼야 성립할 수 있다. 반면 통제불가능한 변이가 늘어나면 이 정책은 지속하기 힘들다. 변이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내야 일상으로의 회복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각국 출입국 규제 완화의 허점을 드러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의료 실태를 방치해 언제든지 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음에도, 자국의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자 출입국 검역을 과도할 정도로 완화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들의 입국 후 자가격리나 바이러스 검사 의무를 통째로 면제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미크론이 검역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고 지역사회에 곧바로 침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변이가 확산되자 일부 국가들은 하늘 길을 통째로 걸어잠궈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출입국 정책이 원칙 없이 그때그때 달라진 것이다.

섣부른 방역 대책 완화의 위험성도 보여줬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로부터의 자유’를 홍보하며 마스크 의무화를 풀고 대규모 행사에서의 거리두기에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오미크론이 확산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덴마크에서는 오미크론에 감염된 이가 최근 1600명가량이 참석한 콘서트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확진자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대규모 학회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확진자는 가디언에 “학회장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했지만, 일단 들어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오미크론의 충격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가 11월 29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79%는 신종 변이 대응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78%는 발병국에 대한 여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72%,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68%였다.

다만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각국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을 취소할 필요가 없다”며 “(예전처럼) 자가격리 인원이 속출하는 사태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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