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찰 부실 대응..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피해 키웠다

김준호 기자 2021. 12.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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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조선DB

경남 양산시에서 여중생이 속옷 상태로 선배 여중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동영상까지 유포된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과 소극적 대처가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양산시의 한 빌라에서 몽골 출신 중학교 1학년 A(13)양이 또래 여중생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피해 학생은 손과 다리를 묶인 채 속옷 차림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이 영상이 최근 주변 학생들 사이에 유포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적어도 A양 집단 폭행과 동영상 유포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

최초 신고는 집단 폭행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7월 2일 오전 0시 20분쯤에 있었다. 양산 모처에 가출 학생들이 산다는 이웃의 신고였다. 이곳엔 A양과 가해 학생 중 1명이 있었다. 당시 A양에 대한 가출 신고가 접수되기 전이라 경찰은 간단한 확인만 하고 철수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6시 30분쯤 A양의 이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고, 범행 장소인 빌라를 찾았다. 이때 A양은 이모를 피해 베란다 세탁기 옆에 숨어 있었다.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온 A양이 이모에게 들켜 집에 돌아가는 것이 싫어 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를 찾지 못한 A양의 이모는 그곳에 있던 가해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훈계 과정에서 욕을 듣자 흥분해 가해 학생 중 1명의 뺨을 때렸다. 이에 가해 학생들이 경찰에 폭행 신고를 넣었다.

현장엔 가출 신고와 폭행 신고를 각각 접수한 경찰이 도착했다. 하지만 양쪽 모두 A양을 찾진 못했다. 내부 안방과 화장실만 살폈을 뿐 베란다 세탁기 뒤에 있는 A양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이다. 경찰이 세 차례나 현장을 찾았지만 헛걸음만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단순 실종 신고에는 영장 등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당시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10분 쯤 A양의 이모는 “A양의 위치를 추적해달라”고 요청, 경찰이 A양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했지만 전화가 꺼져 있어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A양은 몇시간이 지난 뒤 6시간가량 집단 폭행을 당했고, 속옷 차림으로 동영상까지 찍히게 됐다. 평소 A양이 버릇없이 굴었다는 앙심과 이모로부터 뺨을 맞은 감정까지 더해진 것이다.

집단 폭행 사건 다음날 A양 측은 인근 지구대를 찾아 피해 내용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조사는 약 한 달 뒤인 8월 13일쯤 이뤄졌다. 피해자인 A양에게 출석 요구를 했지만 오지 않았고, 강제 소환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가해학생 중 2명을 지난 10월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다른 2명은 앞서 10월 1일 울산지법 소년부로 넘겼다.

A양 측은 처음 경찰에 진정서를 냈을 당시 감금과 협박, 동영상 유포 우려 등의 피해를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 학생들에게 공동폭행 혐의만 적용했다. A양은 현재 피해 장면이 담긴 영상이 또래 학생들 사이에 유포되면서 또 다른 피해를 입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월 말부터 A양 폭행 동영상이 유포된 것을 확인해 최초 유포자, 유포 범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음란물 유포보다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모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별건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것도 상황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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