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ICT 기업 탈탄소 성적표 받아보니.."모두 C학점 이하"
[경향신문]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대상으로 ‘탈탄소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모든 기업이 ‘C 학점 이하’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평가 대상 기업 중 매출은 1위였지만,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부재 등으로 탈탄소 경쟁력은 23위에 그쳤다.
그린피스는 2일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19년 ‘포브스 선정 100대 디지털 기업’에 포함된 기업 중심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 10개씩 선정했다. 소니, 텐센트, 삼성전자, LG전자, 카카오 등이다. 그린피스가 환경부 자료를 검토해 계산한 결과 한국 ICT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약 3700만 톤으로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산업 중 하나인 시멘트 산업 전체 배출량보다 약 1.5배가 많고, 2018년 노르웨이의 온실가스 총배출량보다도 많았다.
그린피스가 기후위기 대응 약속과 실천, 정보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30개 기업을 평가한 결과 B 이상의 성적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늦어도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약속인 RE100에 동참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100% 목표연도는 평균 2028년이다. 하지만 평가된 한·중·일 30개 ICT 기업 중 직·간접 배출과 협력업체 등 공급망까지 포함한 2030년 이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 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30개 기업 중 15위 안에 한국 기업은 LG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었다. 탈탄소 경쟁력에서 F로 낙제점을 받은 기업은 두 곳 모두 한국 기업으로, 삼성 디스플레이와 카카오였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은 일본, 중국 기업과 달리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한 적이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소니, 파나소닉을 포함한 7개의 일본 기업은 일본 기후 이니셔티브(JCI)에 동참하고, 2030년까지 일본 에너지기본계획 상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40~50%로 높여야 한다는 성명을 올해 초에 발표했다. 중국의 텐센트 역시 중국 정부에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이와 비슷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한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30개 기업 중 순이익 기준 아시아 1위였지만, 기후 성적표에서는 D를 받아 2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1년에 약 530만 톤에서 2020년에 1253만 톤으로 9년동안 137% 증가해 발전공기업을 제외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도 1억원 당 4.4톤에서 7.5톤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도 수립하지 않았다. 비슷한 기간 경쟁사인 애플은 2012년에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제안하고, 2018년에 목표를 달성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애플은 2030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100%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까지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다”며 “삼성전자도 최소한 2030년 이전 주요 생산거점인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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