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대만 개입' 시사 발언에 중국 강력반발.."머리깨지고 불타 죽을 것"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12. 2. 15: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화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교도연합뉴스


대만에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군사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발언을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불장난을 하다 스스로 타 죽는다”거나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화춘잉(華春瑩)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지난 1일 밤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만나 아베 전 총리가 중국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2일 밝혔다. 화 부장조리는 이날 다루미 대사에게 “아베 전 총리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으로 잘못된 발언을 해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공공연히 중국의 주권에 도발하며 대만 독립 세력을 지지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화 부장조리는 또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국 침략 전쟁을 일으켜 중국 인민에게 큰 죄행을 저질렀고, 대만 문제를 가지고 얘기할 자격과 권리가 없다”며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고 어떤 형태로도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며, 대만 독립세력에 어떤 잘못된 신호도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 수호에 대한 중국 인민의 굳은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나가면 반드시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중국 정부의 격앙된 반응은 지난 1일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진행된 아베 전 총리의 화상 연설 내용을 두고 터져 나온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침범은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본 국토에 중대한 위험이기 때문에 그런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 동맹의 유사”라고 말했다. 이는 곧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과 일본이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전 총리가 대만 문제를 건드리자 중국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응했다. 화 부장조리에 앞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면서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응은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기시다 현 총리와 자민당 정권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항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응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잠수함이나 항공기 등의 수가 일본의 2배 이상”이라며 일본의 방위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과 무력 행사 포기, 전력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일본 헌법 9조 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사설에서 “아베는 여전히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도록 추동해 그것을 자신의 역사적 공적으로 돌리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연계해 중국에 대항하는 것은 일본에 잘못된 길이며 전략적으로 막다른 골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