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허탕 치지 않았더라면"..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막을 기회 놓쳤다

최승균 2021. 12. 2.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시간 동안 후배 집단폭행
여중생 4명이 동영상 유포
경찰, 주거지 2회 수색에도
베란다 숨은 피해자 못찾아
피해사실 진정서 접수 이후
조사까지 한달 반이나 걸려
경찰 로고. [사진 = 연합뉴스]
경남 양산에서 여중생이 선배 여중생 4명에게 집단 폭행 당하고 동영상까지 유포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경찰의 부실한 초동대응으로 집단 폭행을 못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초동 조치가 또다시 불거졌다.

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양산 시내 한 빌라에서 몽골 출신인 중학교 1학년 A(13)양이 또래 여중생들로부터 손과 다리를 묶인 채 속옷차림으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들은 이를 동영상에 담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유포되기도 했다.

A양은 사건 발생 이틀전인 1일 가정불화로 가출을 했다. 다음날 A양의 이모는 폭행이 이뤄진 해당 주택에서 가출신고를 하고 A양의 또다른 친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A양이 가해학생들과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 집을 찾은 것이다. 집안에는 A양은 없었고, 가해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A양 이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은 당시 내부 안방만 살피고 말았다. 이어서 가출신고를 접수한 양산서 여성청소년계 실종팀에서 집을 찾았고 수색을 했다. 그러나 안방과 화장실만 확인한 후 A양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A양은 당시 베란다 세탁기 뒤에 숨어 있었다. A양은 평소에도 이모가 찾아오면 안들키려고 여기에 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돌아간 뒤 5시간여만에 A양은 가해친구들에게 6시간 동안 집단폭행을 당하고 폭행장면까지 동영상에 찍혔다. 가해학생들은 A양이 '버릇없다'는 게 폭행의 발단이 됐고 전날 A양의 이모로부터 뺨을 맞은 감정까지 더해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특히 가해학생들은 '신고하면 죽인다. 이모한테 합의금 1500만원을 받아내겠다' 등 협박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지구대 경찰관과 실종팀이 가해학생 집을 제대로 수색을 해 숨어있던 A양을 발견했다면 이같은 집단폭행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당시 경찰은 집을 두차례나 각각 수색을 했지만 베란다는 수색을 아예 하지 않았다. 단순 가출 사고로 여기고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중학생들만 있는 집이었는데도 '보호자 없는 집'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조차 못한 셈이다.

이후 수사과정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폭행이 있는 날 다음날이 A양 이모는 피해사실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A양의 피해자 조사는 한달 반이 지난 8월13일에 이뤄졌다. 경찰의 요청에 A양이 출석을 하지 않아서다. 결국 경찰은 A양의 피해진정 접수를 취소 반려를 통보하자 A양측으로부터 연락이 와 조사가 이뤄졌다. 진정 접수 내용이 폭행 내용이나 동영상도 찍었다는 등 사안이 중한데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간 게 아닌데다 가정불화로 나간 여러번의 단순 가출이력이 있어 제대로 확인 못한 부분이 있다"며 "한달동안 피해학생이 출두하지 않아 진정서 반려 등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가해학생 4명에 대해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해 2명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다른 2명은 촉법소년(만10세~만13세 미만의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돼 울산지법 소년부로 송치했다.

[양산 = 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